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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5 걸어서 지구 세바퀴반 3 (2012. 1 4) by TwoTen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3

여행의 1 년은 일상의 10년과 맞먹는다던가 9쪽

강대국의 수탈에 힘겹게 살아남은 고난의 역사는 과거에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13쪽

여행은 '떠나는 것' 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은 '만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풍속, 생김새와 생각들과의 만남이다. 그리고 사람들, 여행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바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14쪽

국제기구의 요구는 결국 서구적인 우월의식의 표출,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23쪽

이념이 무엇이길래, 같은 인간끼리, 그것도 같은 나라 사람끼리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가. 그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29쪽

나그네는 길에서 짐을 만들지 않는다! 사줘도 못 가지고 다녀요. 34쪽

이것이 방랑자의 사랑, 유목민의 사랑의 한계이자 비극이다. 만날 때부터 언젠가는 헤어져아 하는 상황을 생각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유목민의 살앙은 더 안타깝고 애틋하고 깊은 것인지도 모른다. 38쪽

이들끼리 서로를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신체적 특징은 민족의 대명사, '배낭'이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한 덩어리 배낭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것을 얼마나 욕심내며 살고 있는지 명백히 보여주는 인생의 교훈이다.
배낭 하나를 채울 정도의 물건이면 한 사람이 살기에 충분하다는 지혜를 배낭족들은 잘 알고 있다. 40쪽

이들의 외적인 특징이 배낭과 전대라면 내적인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생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배낭을 메고 나서는 동안만큼은 그렇다. 간혹 쉬어가기는 해도 멈추지는 않는다.
이들은 머무는 곳에서 최대한의 것을 얻어 누리지만,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옮긴 곳이 별로 좋지 않은 환경이라도 잘 참아낸다. 오히려 힘든 일과 어려운 상황을 피해 가지 않고 정면돌바하면서 힘을 얻는다.
상황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20세기 후반에 생겨나 21세기에 맹위를 떨칠 새로운 시대의 유목민이다. 42쪽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형태의 인생을 살다가 만난 네 사람이 여러각도의 생각과 의견을 충돌없이 주고받는 것 자체가 참으로 멋진 일이다. 49쪽

다양한 국적과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길을 가다가 우연한 교차점에서 만나 인연만큼 함께 어울리다 인연이 다하면 헤어진다.
이별은 그렇게 아쉬워하지 않아도 좋다. 그들은 인연이 닿으면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인연이 없으면 영원히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50쪽

중국여행을 길게 하려 했던 또다른 이유는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더 잘 보기 위해서' 이다.
마음 밑바닥에 웅쿠리고 있는 중국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의 정체를 밝혀내고, 우리의 자리를 제대로 찾아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과거 우리 문화와 역사는 중국의 변방문화권으로서 정신적. 문화적 식민지와 다를 바 없덨다는 통념도 그렇지만
중국을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한 마디가 나의 마음을 더 자극했다. "경복궁은 자금성 화장실만도 못하다." 54쪽

나를 제대로 알고 사랑해야만 비로소 다른 이를 이해하고 사랑항 수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세계가 좁아질수록 자신의 뿌리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54쪽

바로 그 유명한 흑치(黑齒)다. 1945년 혁명전 대부분의 북부 여자들은 이를 까맣게 물들이고 다녔다는데 지금은 40대 이상 아줌마들에게서만 볼 수 있다.
매일같이 자기 전에 이빨에 어떤 나뭇잎을 붙이고 자면 한달 만에 영구흑치가 된다고 한다.
북부 여인들은 흑치가 아름답고, 이가 튼튼해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외국인들에게 강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정 떨어지는' 흑치로 만들었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후자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72쪽

이런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건 삶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믿음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을 거라는 기대. 땀흘려 일하고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데 내일이 밝지 않을수 없으리라는 믿음 말이다. 멋있는 사람이다. 110쪽

여기 미얀마의 소승불교에서는 이승에서 공덕을 쌓는 것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이 탑이나 사원을 짓는 것,
그리고 아침바다 공야하는 것이라고 여긴단다. 180쪽

어린애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는 굿판에서, 기도하는 사람이나 굿을 벌이는 사람이나 모두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20세기 말을 사는 현대인들이 저렇게 자연이나 역사적인 인물들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으며 정성스레 비는 모습이 어쩌면 유치한 미신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답게 느껴진다.
미신이란 무엇인가. 비과학적이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지구상의 어떤 종교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종교란 다름아닌 믿음이 아니던가. 그리고 믿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무언가를 위해 순수하게 염원하는 마음. 184쪽

왜 이렇게 많은 불탑이 생겼을까 하는 의문은 미얀마의 소승불교를 조금만 알면 쉽게 이해랗 수 있다.
900년전에 스리랑카에서 온 소승불교의 교리에 따른면 현세란 내세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며
현세에 공덕을 쌓아야 내세에 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데, 복을 쌓는 것 중에서 제일 최고로 치는 것이 바로 탑을 건립하는 것이다. 186쪽

최근 유엔자료에 따르면 한 시간에 28명의 어린이가 죽어가고, 극빈과 아사 속에서도 매일 3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고 한다. 215쪽

군데군데 작은 연못에서는 사람들잉 목욕을 하거나 빨래를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연못마다 꽃분홍색 연꽃이 만발해 있다. 모슬렘교가 국교인 이 나라의 국화가 불교의 상징인 연꽃인 이유를 알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근래에 경회루 연꽃이 불교의 상징이라고 해서 다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새롭다. 238쪽

마당 끝이 부엌인데 한켠에는 쇠똥 말린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 곳에서 쇠똥은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연료다.
그 화력이 장작보다 훨씬 좋아 취사용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한다.
만일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쇠똥을 쓰지 안호 나무로 밥을 지었다면 그 어마어마한 인구가 쓰는 나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이것만 보아도 쇠똥은 아주 쓸모있는 재활용품이다.
이곳 여자들은 축사와 집 근처의 쇠똥을 손으로 말끔히 긁어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것을 집 앞에 파놓은 웅덩이에 모았다가 마른 짚을 넣고 이겨 말린다.
그래서 이 동네는 집 벽마다 손으로 찍어바른 쇠똥이 마르고 있는데, 그게 온지 이틀이 지나니까 하나도 더럽게 느껴지지 않는 거다.
쇠똥 긁던 손을 잘 씻지도 않은 여자들이 밀가루 반죽을 해서 중국 호떡같이 넓적한 짜파티라는 빵을 만든다.
분명히 쇠똥 들어간 빵인 줄 알면서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걸 보면 내 비위도 어지간한 셈이다. 240쪽


Posted by Tw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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