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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8 나무. / 김혜정 by TwoTen
나무 --김혜정--

스무살 시절...

나는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무가 질투가 나도록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난 오늘 문득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무성한 잎사귀로 지친이들에게 그늘을 내려주고 쉬게해주는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러웠던건

땅에 깊이 뿌리내린 그 견고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이상을 향해나갈줄 아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오늘 난...

왜 나무가 되고 싶어했는지 알았습니다.

25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왜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하늘을 향해 뻗어가지 못하고
휴식의 그늘도 드리지 못하고...

여전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했던 그 열망도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물위를 떠다니는...

그래서 늘... 배멀리를 하듯 울렁거리는 현기증에 시달려야하는...

나는....

수초와 같은 존재여서

그렇게 나무가 부러웠던 것이었다는걸...

나는 물에 뿌려진 씨앗이라서...

옥토에 뿌려져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잎사귀를 자랑하며...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두팔버리고 뻗어가는 나무가
그토록 부러웠던 것이었다는걸...

난...

이제야 알았습니다.

25년도 더 넘도록..

조금도 변합없이..

여전히 붕떠서 흔들리고 있어야 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달라질 수 없었던 이유를...

난...

이런 울렁거리는 고통을

더 많은 시간 겪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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