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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5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by TwoTen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사람도 나무처럼 일 년에 한 번씩 죽음 같은 긴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깨어나 연둣빛 새 이파리와 분홍빛 꽃들을 피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았다. -26-

이게 옳아요, 라는 확신과 신념과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인간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아마도 막연하게 그녀에게 질투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 27-

가련하다는 것은 이미 정의로부터 배반당했던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30-

그냥 건성으로 하는 거 말고 진정 그 말이 필요할 때, 그 말이 아니면 안 되는 바로 그때에는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31-

"그래 시간이 지나면 늙어. 우리가 가진 것 중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죽지...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 우린 모두... 죽어..." -30-

사랑하면 마음이 아프잖아. 그런데 아프지는 않았어. 사랑하면 나랑 헤어져도
그 사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하잖아? 그런데 그런 생각 안 들었어... -33-

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 때 언제나 그랬던 대로 책임을 미뤘다. -40-

"너한테는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려도 되는 그 삼십 분이 그들에게는 이 지상에서
마지막 삼십 분이야. 그들은 오늘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런 오늘을,
그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라구!...네가 그걸 알겠니?" -40-

종교를 뭘 믿으면 어떠니? 또 안 믿으면 어떠니? 하루를 살아도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지. -50-

삶이든 감정이든 한 가지 혈액형일 때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게 옳든 그르든 악당은 악하고 반항아는 반항적인 것이 편안한 상태인 것이다. -50-

슬픔이 가면만 쓰지 않으면 그 속에는 언제나 어떤 신비스럽고 성스러우며 절실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자기의 것이면서 가끔 타인의 잠겨진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68-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단 하나, 아는 것도 절망을 막아내지는 못한다는 것이였다. -109-

"목사나 신부나 수녀나 스님이나 선생이나 아무튼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위선자는 참 많아. 어쩌면 내가 그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르지...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들 안 싫어애. 죽는 날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것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해.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실은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는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있어. 위악을 떠는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사람들은 실ㄹ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 -159-

" 그리고 고모가 그것보다 더 싦어하느 사람들은 이 세상에 아무 기준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남들은 남들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물론 그럴 때도 많지만 한 가지만은 안 돼.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거라는 걸,
그걸 놓치면 우리 모두 함께 죽어. 그리고 그게 뭐라도 죽음은 좋지 않은 거야...
살고자 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쩔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건데,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159-

착한 거, 그거 바보 같은 거 아니야. 가엾게 여기는 마음, 그거 무른 거 아니야. 남 때문에 우는 거, 자기가
잘못한 거 생각하면서 가슴 아픈거, 그게 설사 감상이든 뭐든 그거 예쁘고 좋은 거야.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생차 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160-

아는 것과 깨닫는 거에 차이가 있다면 깨닫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거야. -160-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뒤에는, 아이 때부터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휘두른
어른들이 있어요. 짜기라도 한 것 같이, 모두 저래요. 폭력이 폭력을 부르고 그 폭력이 다시 폭력을 부르죠.
너 한번 혼 좀 나봐라. 하면 그래 나는 정말 혼 좀 나봐야겠다. 결심하는 인간은 하나도 없어요. 내가 단언해요!
인류가 시작된 이래 폭력이 폭력을 종식시킨 적은 없은데, 정말 단 한번도 없는데..." -168-

학대에은 몇 가지 종류가 있어요.
신체적 학대. 성적학대, 감정적 학대 그리고...방치.... -170-

인간이라는 게 그러니까 그렇게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니까." -172-

감옥에서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할 뿐이라고.
두 평 공간, 거기에 건강한 남자 일고여덟 명이 하루 종일 얼굴 맞대고 앉아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젊은 남녀 한쌍을 좁은 방에 한 달만 그렇게 가둬둔대도 그들은 아아 금방
사랑을 취소하고 서로 가장 미워하는 사이로 변할지도 모르는데...-194-

마음의 아기는 시간의 법칙을 벗어나 자란다. -194-

배반에 익숙하다고 해서 배반이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듯이, 자주 넘어지는 사람이
또 넘어졌다고 일어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듯이... -195-

그가 의심의 눈빛을 보낸다는 것은 그것은 실은 그가 나를 믿고 싶어졌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이었다. -198-

가진 자들의 가난이 더 끔찍해... -210-

어떤 사람도 행복의 나라나 불행의 나라 국경선 안쪽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218-

카뮈식으로 말하자면 행복한 사람들이란 없고 다만, 행복에 관하여 마음이 더, 혹은 덜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 뿐인 것이다. -218-

그 모든 어머니는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이리라. -220-

형, 성닌 한 사람 나오려면 그 밑에 열 명이 죽어 나자빠진다더니, 내가 그 꼴이야. -224-

신문에서 보았을 때는 짐승이였는데 알고 보면 인간인 거고, 인간은 알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 비슷한 거고...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존치론자가 되고, 사형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폐지론자가 된다...-243-

석가모니 말대로 이 세상에서 제일로 놀라운 일은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그 사실을 모두가 잊고 사는 일이었다. -245-

깨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248-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의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연민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이해의 반대말이기도 하며 인간들이 서로 가져야 할 모든 진정한 연대의식의
반대말이기도 한 것이다. -248-

수녀보다는 소주가 더 하느님하고 가깝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를 놀렸지요. 사람이 만든 것 중에 젤 평등한 게
소주라나, 뭐라나, 하면서......재벌도 육백원짜리 소주를 마시고, 막노동꾼도 육백원짜리 소주를 마신다고....
다른 나라 위스키나 포도주나 모두 다 계급이 있는데 소주만 계급이 없다고.... 그래서 소주 맛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이를 먹었느냐고 놀렸는데....먹어보니까. 소주맛이 좋네요. -250-

어떤 인간도 본질적으로 선하지 않고, 어떤 인간도 본질적으로 악하지 않기에 우리는 늘 괴로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본질적으로 한 가지 같은 것도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죽음에 맞서서 싸운다는 것이다. -300-

"기도해주거라. 기도해. 사형수들 위해서 말고, 죄인들을 위해서도 말고, 자기가 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안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위해서 언제나 기도해라." -305-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견디는 것이고, 때로는 자신을 바꿔낼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나는 윤수를 통해서 깨달았던 거였다. -306-

결국 다른 이름을 가진 작은 개울물로 시작하지만 흘러 흘러 도달하는 곳은 바다라는 한 이름의 장소라는 것을...
거기에 이를 때까지 누구도 그것을 막을 권리는 없다는 것을.... -306-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모른다'는 말로 지나치고 말았을,
몰라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알게 되었던 것ㅇ이다. 진정으로 참회하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 삶과
상처를 딛고 차마, 아무도 하지 못하는 용서를 하려는 사람들, 남을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 자신의 처지에서
선을 행하려고 하는 사람들, 그분들과 함께 나는 감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비록 거기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분재된 내 삶의 잔해들을 치우며 비참하기도 했디만, 그들도 나와 만나면서 조금은
더 행복한 시간으 보냈다고 말하기를 기도할 수 있었다. -313-








Posted by Tw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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