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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4 장자 외편達生편 (2013. 12. 24) by TwoTen
達生


1.

達生之情者(달생지정자) : 삶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生之所無以爲(불무생지소무이위) : 타고난 본성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達命之情者(달명지정자) : 천명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命之所無奈何(불무명지소무내하) : 운명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養形必先之以物(양형필선지이물) : 육체를 보양하려면 반드시 먼저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物有餘而形不養者有之矣(물유여이형불양자유지의) : 남아도는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육체를 보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有生必先無離形(유생필선무리형) : 삶을 지탱하자면 반드시 먼저 육체를 손상시키지 말아야 하는데,

形不離而生亡者有之矣(형불리이생망자유지의) : 육체가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삶을 잃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生之來不能却(생지래불능각) : 삶이 태어나는 것은 아무도 물리칠 수 없는 것이며,

其去不能止(기거불능지) : 삶이 떠나버리는 것도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이다.

悲夫(비부) : 슬프다

世之人以爲養形足以存生(세지인이위양형족이존생) : 사람들은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 충분히 삶을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而養形果不足以存生(이양형과부족이존생) : 그러나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는 삶을 보존하기에 족하지 않다고 한다면,

則世奚足爲哉(칙세해족위재) : 세상에 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雖不足爲而不可不爲者(수부족위이불가불위자) : 비록 할 만한 것이 못되는데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其爲不免矣(기위불면의) : 육체를 보양하는 데 대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夫欲免爲形者(부욕면위형자) : 육체를 보양하려는 생각을 버리려 한다면

莫如棄世(막여기세) : 세상일을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棄世則無累(기세칙무루) : 세상일을 버리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게 된다.

無累則正平(무루칙정평) :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 마음이 바르고 평안해진다.

正平則與彼更生(정평칙여피갱생) : 마음이 바르고 평안하면 자연과 더불어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될 것이다.

更生則幾矣(갱생칙기의) :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되면 거의 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事奚足棄而生奚足遺(사해족기이생해족유) : 세상일은 일부러 버리지 않아도 버려지고, 삶은 일부러 잊지 않아도 잊어져야 한다.

棄事則形不勞(기사칙형불로) : 일을 버리면 육체가 고생스럽지 않게 되고,

遺生則精不虧(유생칙정불휴) : 삶을 잊으면 정신이 손상 받지 않는다.

夫形全精復(부형전정복) : 육체가 완전하고 정신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면

與天爲一(여천위일) : 자연과 일체가 되게 될 것이다.

天地者(천지자) : 하늘과 땅은

萬物之父母也(만물지부모야) : 만물의 부모이다.

合則成體(합칙성체) : 하늘의 양과 땅의 음의 기운이 합쳐지면 형체가 이루어지고,

散則成始(산칙성시) : 흩어지면 처음의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이루게 된다.

形精不虧(형정불휴) : 육체와 정신이 손상됨이 없는 것,

是謂能移(시위능이) : 이것을 자연의 변화와 함께 옮아가는 것이라 한다.

精而又精(정이우정) : 그래서 정신의 정순함이 극점에 이르면

反以相天(반이상천) : 본원으로 돌아가서 하늘의 활동을 돕게 되는 것이다


2.

子列子問關尹曰(자열자문관윤왈) : 열자가 관윤에게 물었다.

至人潛行不窒(지인잠행부질) : “지인은 물 속에 들어가도 숨막히지 않고,

蹈火不熱(도화불열) : 불을 밟아도 뜨겁지 않으며,

行乎萬物之上而不慄(행호만물지상이불률) : 만물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請問何以至於此(청문하이지어차) : 어떻게 하여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關尹曰(관윤왈) : 관윤이 말했다.

是純氣之守也(시순기지수야) : “그것은 정순한 기운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非知巧果敢之列(비지교과감지열) : 지혜와 기교나 과단성과 용기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居予語汝(거여어여) : 자리에 앉아라 내가 너에게 일러 주리라

凡有貌象聲色者(범유모상성색자) : 모든 모습과 모양과 소리와 색채를 지니고 있는 것은

皆物也(개물야) : 모두 물건이다.

物與物何以相遠(물여물하이상원) : 물건과 물건이 어찌 서로 사이가 멀겠는가?

夫奚足以至乎先(부해족이지호선) : 어찌 그중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是形色而已(시형색이이) : 그것들은 형태와 빛깔에 의해 차이가 결정될 뿐이다.

則物之造乎不形(칙물지조호불형) : 물건의 형체가 이루어지기 전의 원초적인 경지에 이르고,

而止乎無所化(이지호무소화) :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경지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夫得是而窮之者(부득시이궁지자) : 이런 경지를 체득하여 추구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物焉得而止焉(물언득이지언) : 다른 물건이 어떻게 그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겠는가?

彼將處乎不淫之度(피장처호불음지도) : 그런 지극한 사람은 자기 분수에 지나치지 않는 경지에 처신하고, 

而藏乎無端之紀(이장호무단지기) : 무한히 변화하는 법도에 몸을 맡기고,

遊乎萬物之所終始(유호만물지소종시) : 만물이 시작되고 끝나는 변화 속에 노닌다.

壹其性(일기성) : 그의 본성을 순박하게 하나되게 하고,

養其氣(양기기) : 그의 정기를 기르고,

合其德(합기덕) : 그의 덕을 자연에 합치시켜

以通乎物之所造(이통호물지소조) : 만물이 이룩되는 조화에 통달하는 것이다.

夫若是者(부약시자) : 이런 사람은

其天守全(기천수전) : 천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 완전하며,

其神無卻(기신무각) : 그의 정신에는 틈이 없는 것이니,

物奚自入焉(물해자입언) : 물건이 어디로부터 그에게 개입하겠는가?

夫醉者之墜車(부취자지추거) :  술에 취한 사람은 수레에서 떨어져도

雖疾不死(수질불사) : 다치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骨節與人同(골절여인동) : 몸의 골절은 다른 사람과 같지만

而犯害與人異(이범해여인이) : 그를 손상시키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其神全也(기신전야) : 술 취한 사람은 정신이 완전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乘亦不知也(승역불지야) : 그는 수레에 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墜亦不知也(추역불지야) : 떨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死生驚懼不入乎其胸中(사생경구불입호기흉중) : 죽음과 삶, 놀람과 두려움이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지 않으므로

是故遻物而不慴(시고오물이불습) : 어떤 물건에 부딪친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彼得全於酒而猶若是(피득전어주이유약시) : 그는 술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것이다.

而況得全於天乎(이황득전어천호) : 그러니 하물며 자연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은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聖人藏於天(성인장어천) : 성인은 자연에 몸을 담고 있으므로

故莫之能傷也(고막지능상야) : 아무 것도 그를 손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復讐者不折鏌干(복수자부절막간) :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도 원수의 칼까지 꺽지는 않으며,

雖有忮心者(수유기심자) : 비록 성을 잘 내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不怨飄瓦(불원표와) : 바람에 날려온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是以天下平均(시이천하평균) : 물건처럼 무심한 경지에 이르면 온 천하가 태평하게 되는 것이다.

故無攻戰之亂(고무공전지란) : 그러므로 남을 공격하여 싸우는 혼란이 없어지고,

無殺戮之刑者(무살륙지형자) : 사람을 죽이는 형벌이 없어지려면

由此道也(유차도야) : 이 길을 따라야만 되는 것이다.

不開人之天(불개인지천) : 인위적인 자연을 개발시키지 않고,

而開天之天(이개천지천) : 자연스러운 자연을 개발시키라  

開天者德生(개천자덕생) : 자연스러움을 개발하는 사람에게는 덕이 생겨날 것이고,

開人者賊生(개인자적생) : 인위적인 것을 개발시키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생겨날 것이다.

不厭其天(불염기천) : 자연스러움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不忽於人(불홀어인) : 인위적인 것을 삼갈 줄 알아야만 한다.

民幾乎以其眞(민기호이기진) : 그러면 백성들은 거의 그의 천진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3.

仲尼適楚(중니적초) : 공자가 초나라로 가는 길에

出於林中(출어림중) : 숲 속을 지나다가

見痀僂者承蜩(견구루자승조) : 꼽추가 매미를 잡는 것을 보았는데,

猶掇之也(유철지야) : 마치 매미를 줍듯 하고 있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물었다.

子巧乎(자교호) : “당신의 재주는 참으로 교묘하군요.

有道邪(유도사) : 무슨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我有道也(왈아유도야) : 꼽추가 대답하기를, “제게도 도가 있습니다.

五六月累丸二而不墜(오육월루환이이불추) : 오뉴월 사이에 매미채 위에 알을 두 개 포개어 놓고서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則失者錙銖(칙실자치수) : 실패하는 일이 극히 적게 됩니다.

累三而不墜(루삼이불추) : 알을 세 개 포개어 놓고서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則失者十一(칙실자십일) : 실패하는 일은 열에 한번 정도 있게 됩니다.

累五而不墜(루오이불추) : 알을 다섯 개 포개어 놓고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猶掇之也(유철지야) : 마치 매미를 줍듯이 잡게 됩니다.

吾處身也(오처신야) : 지금 나의 몸가짐은

若厥株拘(약궐주구) : 마치 베어낸 나무 등걸 같고,

吾執臂也(오집비야) : 나의 팔놀림은

若槁木之枝(약고목지지) : 마치 마른 나뭇가지 같이 됩니다.

雖天地之大(수천지지대) : 비록 하늘과 땅이 크고 

萬物之多(만물지다) : 만물은 많다고 하지만

而唯蜩翼之知(이유조익지지) : 오직 매미 날개만을 알게 됩니다.

吾不反不側(오불반불측) : 나는 몸과 마음이 젖혀지지도 않고, 기울어지지도 않으며,

不以萬物易蜩之翼(불이만물역조지익) : 어떤 일에도 매미 날개에 대한 집념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何爲而不得(하위이불득) : 그러니 어찌 잡히지 않겠습니까?”

孔子顧謂弟子曰(공자고위제자왈) : 안연이 공자를 보고 이르기를

用志不分(용지불분) : “의지가 헛갈리지 않고 통일되면

乃疑於神(내의어신) : 귀신에 가깝게 되는 법이라 했는데,

其痀僂丈人之謂乎(기구루장인지위호) : 그것은 저 꼽추 영감을 두고 한 말 같구나.”


4.

顔淵問仲尼曰(안연문중니왈) : 안연이 공자에게 묻기를

吾嘗濟乎觴深之淵(오상제호상심지연) : 제가 전에 상심의 못을 건넌 적이 있었는데,

津人操舟若神(진인조주약신) : 사공의 배 다루는 솜씨가 귀신과 같을 보고

吾問焉(오문언) : 내가 그것에 대해 물었다

曰操舟可學邪(왈조주가학사) : “제가 배 젓는 솜씨를 배울 수 있겠는가.?”

曰可(왈가) : 이르기를,“배울 수 있습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 “헤엄을 잘치는 사람은 쉽사리 배울 수 있고,

若乃夫沒人(약내부몰인) : “만일  잠수를 잘하는 사람은

則未嘗見舟而便操之也(칙미상견주이편조지야) : 배를 본 적도 없어도 곧 저을 수 있을 겁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吾問焉而不吾告(오문언이불오고) : 제가 그 까닭을 물었으나 제게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敢問何謂也(감문하위야) :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 쉽사리 배울 수 있다는 것은

忘水也(망수야) : 물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若乃夫沒人之未嘗見舟(약내부몰인지미상견주) : 잠수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배를 본 적도 없어도

而便操之也(이편조지야) : 곧 저을 수 있다는 것은

彼視淵若陵(피시연약릉) : 그는 심연을 언덕과 같이 보고,

視舟之覆猶其車却也(시주지복유기거각야) : 배가 뒤집히는 것을 마치 수레가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기 때문이다.

覆却萬方陳乎前(복각만방진호전) : 뒤집히고 뒤로 물러나는 것과 같은 온갖 사태가 눈앞에 일어난다 해도

而不得入其舍(이부득입기사) : 그의 마음에는 전혀 개입되지 않는 것이다.

惡往而不暇(악왕이불가) : 이쯤 되면 어디를 간들 여유가 있지 않겠느냐?

以瓦注者巧(이와주자교) : 질그릇을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잘 쏠 수 있지만,

以鉤注者憚(이구주자탄) : 띠고리를 내기로 걸고 쏘면 마음이 걸리게 되고,

以黃金注者殙(이황금주자혼) : 황금을 내기로 걸고 쏘면 눈이 가물가물하게 된다.

其巧一也(기교일야) : 그의 기술은 항상 같지만

而有所矜(이유소긍) : 아껴야 할 물건이 있게 되면

則重外也(칙중외야) : 밖의 물건이 소중하게 여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凡外重者內拙(범외중자내졸) : 누구나 밖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게 되면 자기 속마음은 졸렬해지는 것이다.”


5.

田開之見周威公(전개지견주위공) : 전개지가 주나라 위공을 만났을 때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吾聞祝腎學生(오문축신학생) : 내가 듣건대 축신은 양생을 배웠다 합니다.

吾子與祝腎游(오자여축신유) : “선생께서는 축신에게 배웠으니

亦何聞焉(역하문언) : 무슨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田開之曰(전개지왈) : 전개지가 말했다.

開之操拔篲以侍門庭(개지조발수이시문정) : “저는 빗자루를 들고 뜰 앞에서 시중을 들었을 뿐인데

亦何聞於夫子(역하문어부자) : 선생님께 무엇을 들었겠습니까?”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田子無讓(전자무양) : 전개지가 말하기를,“너무 겸손하십니다.

寡人願聞之(과인원문지) : 과인이 듣기를 원합니다.”

開之曰(개지왈) : 전개지가 이르기를,

聞之夫子曰(문지부자왈) : “듣건데, 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善養生者(선양생자) :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若牧羊然(약목양연) : 양을 치는 것이나 같은 것이어서,

視其後者而鞭之(시기후자이편지) : 그 중 뒤쳐지는 놈을 발견하여 채찍질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何謂也(하위야) : “무슨 뜻입니까?”

田開之曰(전개지왈) : 전개지가 이르기를,

魯有單豹者(로유단표자) : “노나라에 단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巖居而水飮(암거이수음) : 바위 굴 속에 살면서 골짜기 물을 마시며 지냈습니다.

不與民共利(불여민공리) :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고,

行年七十而猶有嬰兒之色(행년칠십이유유영아지색) : 나이가 칠십이 되었어도 어린아이 같은 얼굴빛이었습니다.

不幸遇餓虎(불행우아호) : 그러나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餓虎殺而食之(아호살이식지) : 잡아먹혀 버렸습니다.

有張毅者(유장의자) : 또 장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高門縣薄(고문현박) : 부잣집이고 가난한 집이고

無不走也(무불주야) : 가라지 않고 돌아다니며

行年四十而有內熱之病以死(행년사십이유내열지병이사) : 사귀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사십 세에 열병에 걸려 죽어버렸습니다.

豹養其內而虎食其外(표양기내이호식기외) : 단표는 그의 속마음을 길렀으나 그의 밖을 호랑이가 잡아 먹어버렸습니다.

毅養其外而病攻其內(의양기외이병공기내) : 장의는 그의 외부의 교제는 잘 하였으나 그의 안에서 병이 그를 공격했습니다.

此二子者(차이자자) : 이 두 사람은

皆不鞭其後者也(개불편기후자야) : 모두가 그 중 뒤쳐지는 놈에게 채찍질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도 말하기를

無入而藏(무입이장) : “안으로 들어가 내부만을 기르면서 숨지 말고,


無出而陽柴立其中央(무출이양시립기중앙) : 밖으로 나와 외부만을 기르며 드러내지도 말고, 마른 나무처럼 중앙에 우뚝 서 있어야 한다.

三者若得(삼자약득) : 내부와 외부와 중앙의 조화가 잘 터득되면

其名必極(기명필극) : 그는 지극한 사람으로서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夫畏塗者(부외도자) : 험난한 길이 있어

十殺一人(십살일인) :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則父子兄弟相戒也(칙부자형제상계야) : 지나다 죽는다면 곧 그 부자와 형제들은 서로 경계를 할 것이며,

必盛卒徒而後敢出焉(필성졸도이후감출언) : 반드시 많은 하인들을 보호자로 데리고서야 그 길을 나설 것입니다.

不亦知乎(불역지호) : 이것이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人之所取畏者(인지소취외자) : 그러나 가장 두려워해야 할 곳은

袵席之上(임석지상) : 방의 이불 속이나

飮食之間(음식지간) : 먹고 마시고 하는 일상 생활입니다.

而不知爲之戒者(이부지위지계자) : 그러니 그것들을 경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過也(과야) : 잘못된 것입니다.”


6.

祝宗人玄端以臨牢筴(축종인현단이임뢰협) : 제사를 관장하는 관리가 예복을 차려 입고 돼지우리로 가서는

說彘曰(설체왈) : 돼지에게 말했다.

汝奚惡死(여해악사) : “너는 어째서 죽음을 싫어하느냐?

吾將三月?汝十日(오장삼월?여십일) : 내가 석 달 동안을 잘먹여 길러서 열흘 동안을  열 몸을 깨끗이 하고,

戒三日齊(계삼일제) : 사흘동안 금기를 지켜,

藉白茅(자백모) : 흰 띠풀을 깔고

加汝肩尻乎彫俎之上(가여견고호조조지상) : 요리한 다음 너의 어깨와 엉덩이 고기를 장식된 제기 위에 모셔 놓으려 한다.

則汝爲之乎(칙여위지호) : 그러면 너도 좋지 않겠느냐?”

爲彘謀曰(왈위체모) : 돼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不如食以糠糟(불여식이강조) : “겨나 지게미를 먹으면서 살더라도

而錯之牢筴之中(이착지뢰협지중) : 돼지우리 속에 그냥 있는 것이 좋다.”

自爲謀(자위모) :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생각할 때에는

則苟生有軒冕之尊(칙구생유헌면지존) : 살아서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고,

死得於豚楯之上(사득어돈순지상) : 죽어서는 상여 위 아름다운 관속에 놓이게 된다면

聚僂之中則爲之(취루지중칙위지) : 발 속에 송장이 쌓이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爲彘謀則去之(위체모칙거지) :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그의 편안한 삶을 부정하면서도

自爲謀則取之(자위모칙취지) :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편안한 삶을 취하고 있으니,

所異彘者何也(소이체자하야) : 돼지만을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7.

桓公田於澤(환공전어택) : 제나라 환공이 택지로 사냥을 나갔는데,

管仲御(관중어) : 관중이 수레를 몰고 있었다.

見鬼焉(견귀언) : 그 때 환공이 귀신을 보고서

公撫管仲之手曰(공무관중지수왈) : 관중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仲父何見(중부하견) : “중부께서도 무엇을 보셨습니까?”

對曰(대왈) : 관중이 대답했다.

臣無所見(신무소견) :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公反(공반) : 환공은 돌아와서

誒詒爲病(희이위병) : 헛소리를 하며 실성한 병에 걸려

數日不出(수일불출) : 여러 달 출입을 못했다.

齊士有皇子告敖者曰(제사유황자고오자왈) : 제나라 선비 중에 황자고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환공을 찾아보고 말했다.

公則自傷(공칙자상) : “임금님께서는 스스로 앓도록 만드신 것입니다.

鬼惡能傷公(귀악능상공) : 귀신이 어찌 임금님을 앓도록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夫忿滀之氣(부분축지기) : 마음 속에 엉긴 기운이

散而不反(산이불반) : 흩어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으면

則爲不足(칙위부족) : 정신상태가 불안전하게 됩니다.

上而不下(상이불하) : 기운이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으면

則使人善怒(칙사인선로) : 사람을 쉽사리 성내게 만듭니다.

下而不上(하이불상) :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오지 않으면

則使人善忘(칙사인선망) : 사람으로 하여금 잘 잊도록 만듭니다.

不上不下(불상불하) :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오지도 않아서

中身當心(중신당심) : 몸 속에 담겨 심장에 가득 차면

則爲病(칙위병) : 곧 병이 됩니다.”

桓公曰(환공왈) : 환공이 말했다.

然則有鬼乎(연칙유귀호) : “그건 그렇다 치고 귀신은 있는 것입니까?”

曰有(왈유) :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沈有履(침유리) : “있습니다. 진흙탕에는 이라는 귀신이 있고,

灶有髻(조유계) : 부엌 아궁이에는 계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戶內之煩壤(호내지번양) : 집안의 쓰레기더미에는

雷霆處之(뇌정처지) : 뇌정이라는 귀신이 생기게 되고,

東北方之下者(동북방지하자) : 집의 동북쪽 모퉁이에는

倍阿鮭龍躍之(배아해룡약지) : 배아해룡이라는 귀신이 뛰어다니고,

西北方之下者(서북방지하자) : 서북쪽 모퉁이에는

則泆陽處之(칙일양처지) : 일양이라는 귀신이 있기 마련입니다.

水有罔象(수유망상) : 물에는 망상이라는 귀신이 있고,


丘有졸(구유졸) : 언덕에는 졸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山有夔(산유기) : 산에는 기라는 귀신이 있고,

野有彷徨(야유방황) : 들에는 방황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澤有委蛇(택유위사) : 못에는 위사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물었다.

請問(청문) : 청하여 묻사오니

委蛇之狀何如(위사지상하여) : “위사라는 귀신은 모양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皇子曰(황자왈) :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委蛇(위사) : “위사는

其大如轂(기대여곡) : 그 굵기가 수레바퀴 통 만하고,

其長如轅(기장여원) : 길이는 수레 멍에 만하며,

紫衣而朱冠(자의이주관) : 자주색 옷에 붉은 관을 쓰고 있습니다.

其爲物也(기위물야) : 그 놈의 성질은

惡聞雷車之聲(악문뢰거지성) : 수레 달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며,

則捧其首而立(칙봉기수이립) : 사람을 보면 그의 목을 빼어들고 섭니다.

見之者殆乎覇(견지자태호패) : 그 놈을 본 사람은 거의 모두 패자가 된다고 합니다.”

桓公辴然而笑曰(환공진연이소왈) : 환공은 기뻐서 웃으며 말했다.

此寡人之所見者也(차과인지소견자야) : “그 것이 바로 내가 본 놈입니다.”

於是正衣冠與之坐(어시정의관여지좌) : 그리고는 옷과 관을 바르게 하고 그와 함께 앉아 얘기를 하였는데,

不終日而不知病之去也(불종일이부지병지거야) : 하루도 넘기기 전에 어느덧 병이 나아버렸다


8.

紀渻子爲王養鬪鷄(기성자위왕양투계) : 기성자가 임금을 위해서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十日而問(십일이문) : 임금이 열흘만에

鷄可鬪已乎(계가투이호) : 닭을 싸움시킬 수 있겠는가 묻자

曰未也(왈미야) : 그가 대답하기를, “안됩니다.

方虛憍而恃氣(방허교이시기) : 아직 쓸데없이 거만하여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十日又問曰(십일우문왈) : 열흘만에 다시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를,

未也(미야) : “안됩니다.

猶應嚮景(유응향경) : 아직도 상대방에 대해 울림이나 그림자처럼 호응합니다.”

十日又問曰(십일우문왈) : 열흘을 더 지나 다시 물으니,

未也(미야) : “안됩니다.

猶疾視而盛氣(유질시이성기) : 아직도 상대방을 노려보며 기운이 성합니다.”

十日又問(십일우문) : 열흘이 더 지나 물으니

曰幾矣(왈기의) : 그가 대답하기를, “거의 다되었습니다.

鷄雖有鳴者(계수유명자) : 비록 상대방 닭이 운다 해도

已無變矣(이무변의) : 이미 아무런 태도의 변화가 없게 되었습니다.

望之似木鷄矣(망지사목계의) : 그를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과 같습니다.

其德全矣(기덕전의) : 그의 덕은 완전해졌습니다.

異鷄無敢應(이계무감응) :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見者反走矣(견자반주의) : 보기만 해도 되돌아 달아날 것입니다.


9.

孔子觀於呂梁(공자관어려량) : 공자가 여양에 구경을 갔다.

縣水三十仞(현수삼십인) : 거기에는 삼십 길 높이의 폭포가 있었는데,

流沫四十里(류말사십리) : 물거품이 삼십 리나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어

黿鼉魚鱉之所不能游也(원타어별지소불능유야) :  큰 자라나 악어나 물고기나 자라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다.

見一丈夫游之(견일장부유지) : 그런데, 한 남자가 거기에서 헤엄치는 것을 보고는,

以爲有苦而欲死也(이위유고이욕사야) : 걱정이 있어 죽으려는 사람인 줄로 생각하고는

使弟子竝流而拯之(사제자병유이증지) : 제자들을 시켜 흐름을 따라 내려가 그를 구해주도록 했다.

數百步而出(수백보이출) : 그러나 그는 수백 보를 헤엄치고 나와서는

被髮行歌而游於塘下(피발행가이유어당하) : 머리를 흩트린 채 노래를 부르며 언덕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孔子從而問焉(공자종이문언) : 공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曰吾以子爲鬼(왈오이자위귀) : “나는 선생을 귀신인 줄 알았는데

察子則人也(찰자칙인야) :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이 분명하군요.

請問(청문) : 청하여 묻습니다

蹈水有道乎(도수유도호) : “물 속을 헤엄치는 데도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亡(왈망) : 남자가 말하기를, “없습니다

吾無道(오무도) : 내게는 도가 없습니다.

吾始乎故(오시호고) : 나는 습성으로 헤엄을 시작했는데

長乎性(장호성) : 습성이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성격이 천명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與齊俱入(여제구입) : 나는 소용돌이와 함께 들어가서

與汨偕出(여골해출) : 솟아오르는 물길과 함께 물위로 나옵니다.

從水之道而不爲私焉(종수지도이불위사언) : 물길을 따를 뿐이지 사사로운 힘을 쓰지 않습니다.

此吾所以蹈之也(차오소이도지야) : 이것이 내가 여기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까닭입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何謂始乎故(하위시호고) : “무엇을 두고 습성으로 시작하여

長乎性(장호성) :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 천명으로 이룩된다고 하는 것입니까?”

曰吾生於陵而安於陵(왈오생어릉이안어릉) : 남자가 말하기를, “우리가 육지에서 나서 육지에서 편히 지내고 있는 것이

故也(고야) : 습성이고

長於水而安於水(장어수이안어수) : 물 속에서 자라나서 물에서 편안히 지내게 되는 것이

性也(성야) : 성격입니다.

不知吾所以然而然(부지오소이연이연) : 내가 그렇게 되는 까닭은 알지 못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이

命也(명야) : 천명입니다.”


10.

梓慶削木爲鐻(재경삭목위거) : 재경이라는 명공이 나무를 깎아서 북틀을 만들었다.

鐻成(거성) : 북틀이 만들어지자

見者驚猶鬼神(견자경유귀신) : 그것을 본 사람들이 귀신의 솜씨 같다고 모두 놀랐다.

魯侯見而問焉(노후견이문언) : 노나라 제후가 그것을 보고 재경에게 물어

曰子何術以爲焉(왈자하술이위언) : 이르기를,“그대는 무슨 도술로 이것을 만들었는가?”

對曰(대왈) : 재경이 대답했다.

臣工人(신공인) : “목수인 제게

何術之有(하술지유) : 무슨 도술이 있겠습니까?

雖然(수연) : 그렇지만

有一焉(유일언) : 한가지 원리는 있습니다.

臣將爲鐻(신장위거) : 저는 북틀을 만들려 할 때는

未嘗敢以耗氣也(미상감이모기야) : 감히 기운을 소모하는 일이 없이

必齊以靜心(필제이정심) : 반드시 재계를 함으로써 마음을 고요히 만듭니다.

齊三日(제삼일) : 사흘동안 재계를 하면

而不敢懷慶賞爵祿(이불감회경상작록) : 감히 이익과 상이나 벼슬과 녹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五日(제오일) : 닷새동안 재계를 하면

不敢懷非譽巧拙(불감회비예교졸) : 감히 비난과 칭찬이나 교묘함과 졸렬함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七日(제칠일) : 이레동안 재계를 하면

輒然忘吾有四枝形體也(첩연망오유사지형체야) : 문득 제가 지닌 손발과 육체까지도 잊게 됩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이렇게 되면

無公朝(무공조) : 나라의 조정도 안중에 없고,

其巧專而而滑消(기교전이이활소) : 오로지 안으로 기교를 다하기만 하며, 밖의 혼란 같은 것은 없어져 버립니다.

然後入山林(연후입산림) : 그렇게 된 뒤에야 산림으로 들어가

觀天性(관천성) : 재목의 성질을 살피고,

形軀至矣(형구지의) : 모양도 완전한 것을 찾아냅니다.

然後成見鐻(연후성견거) : 그리고는 완전한 북틀을 마음속에 떠올린

然後加手焉(연후가수언) : 뒤에야 손을 대는 것입니다.

不然則已(불연칙이) :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만둡니다.

則以天合天(칙이천합천) : 곧 저의 천성과 나무의 천성을 합치시키는 것입니다.

器之所以疑神者(기지소이의신자) : 제가 만든 기구가 신기에 가까운 이유는

其由是與(기유시여) :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11.

東野稷以御見莊公(동야직이어견장공) : 동야직이라는 사람이 수레를 모는 기술을 가지고 장공을 만났다.

進退中繩(진퇴중승) : 그의 수레 모는 솜씨는 나가고 물러나는 것이 먹줄에 들어맞을 듯이 곧았고,

左右旋中規(좌우선중규) : 좌우로 도는 것은 그림쇠에 들어맞을 듯이 정원형을 그렸다.

莊公以爲文弗過也(장공이위문불과야) : 장공은 옛날 조부도 이보다 더 낫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使之鉤百而反(사지구백이반) : 그에게 밭이랑 길을 돌아오도록 했다.


顔闔遇之(안합우지) : 안합이 그를 만나고

入見曰(입견왈) : 돌아와 장공을 뵙고 이르기를

稷之馬將敗(직지마장패) : “동야직의 말이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公密而不應(공밀이불응) : 장공은 묵묵히 대답을 않고 있었는데,

少焉(소언) : 과연 조금 후에


果敗而反(과패이반) : 말이 넘어져서 돌아왔다.

公曰(공왈) : 장공이 물었다.

子何以知之(자하이지지) : “당신은 어떻게 말이 넘어질 것을 알았습니까?”

曰其馬力竭矣(왈기마력갈의) : 안합이 대답하기를“그는 말의 힘이 다 했는데도

而猶求焉(이유구언) : 계속 달리게 하려고 했으므로

故曰敗(고왈패) : 넘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12.

工倕旋而蓋規矩(공수선이개규구) : 공수가 손으로 도안을 하면 그림쇠나 굽은 자를 쓴 것과 같이 정확했다.

指與物化而不以心稽(지여물화이불이심계) : 그의 손가락이 물건에 동화되어 있어서 마음으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故其靈壹一而不桎(고기령일일이불질) : 그러므로 그의 정신은 하나로 되어 아무런 거리낌도 받지 않는 것이다.

忘足(망족) : 발을 잊는 것은

屨之適也(구지적야) : 신이 알맞기 때문이다.

忘要(망요) : 허리를 잊는 것은

帶之適也(대지적야) : 허리띠가 알맞기 때문이다.

忘是非(망시비) : 옳고 그른 것을 잊는 것은

心之適也(심지적야) :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不內變(불내변) : 안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고,

不外從(불외종) : 밖으로 물건에 이끌리지 않는 것은

事會之適也(사회지적야) : 사리와 경우에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始乎適而未嘗不適者(시호적이미상불적자) : 알맞음에서 시작하여 알맞지 않은 일이 없게 되면,

忘適之適也(망적지적야) : 알맞음이 알맞은 것조차도 잊게 되는 것이다.

有孫休者(유손휴자) : 손휴라는 사람이

踵門而詫子扁慶子曰(종문이타자편경자왈) : 편경자의 집을 찾아가서 말했다.

休居鄕不見謂不修(휴거향불견위불수) : “저는 고을에 살면서 수양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고,

臨難不見謂不用(림난불견위불용) : 어려움을 당해서도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然而田原不遇歲(연이전원불우세) : 그러나 밭과 들판에서 농사를 지어도 풍년을 만나보지 못하고,

事君不遇世(사군불우세) : 임금을 섬김에도 좋은 때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賓於鄕里(빈어향리) : 향리로부터는 배척을 받고

逐於州部(축어주부) : 고을로부터는 쫓겨나게 된 처지인데

則胡罪乎天哉(칙호죄호천재) : 무슨 죄 때문입니까? 천명일까요?

休惡遇此命也(휴악우차명야) : 저는 어째서 이런 운명을 당해야 됩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子獨不聞夫至人之自行邪(자독불문부지인지자행사) : “당신은 지인의 행동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忘其肝膽(망기간담) : 자신의 간과 쓸개조차도 잊고

遺其耳目(유기이목) : 자기의 눈과 귀조차도 잃어버린 채,

芒然彷徨乎塵垢之外(망연방황호진구지외) : 망연히 티끌과 먼지의 세상 밖에 노닐며

逍遙乎無事之業(소요호무사지업) : 일할 것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입니다.

是謂爲而不恃(시위위이불시) : 이것을 두고서 일을 하면서도 능력을 믿지 않고,

長而不宰(장이불재) : 우두머리가 되면서도 남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今汝飾知以驚愚(금여식지이경우) : 지금 당신은 지식을 꾸며대어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하며,

修身以明汚(수신이명오) : 몸을 닦아 남의 더러움을 밝히면서,

昭昭乎若揭日月而行也(소소호약게일월이행야) : 해와 달처럼 당신을 드러내려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汝得全而形軀(여득전이형구) : 그런 당신이 육체를 온전히 지니고

具而九竅(구이구규) : 이목구비를 다 갖추고서,

無中道夭於聲盲跛蹇而比於人數(무중도요어성맹파건이비어인수) : 중도에 일찍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지 않고,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亦幸矣(역행의) : 다행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又何暇乎天之怨哉(우하가호천지원재) : 그런데 어찌 하늘을 원망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子往矣(자왕의) : 어서 가보시오.”

孫子出(손자출) : 손휴가 나가자

扁子入(편자입) : 편경자는 방으로 들어와

坐有間(좌유간) :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는

仰天而歎(앙천이탄) : 하늘을 보며 탄식을 했다.

弟子問曰(제자문왈) : 그러자 제자가 물었다.

先生何爲歎乎(선생하위탄호) :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십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向者休來(향자휴래) : “조금 전에 손휴가 왔을 때

吾告之以至人之德(오고지이지인지덕) : 나는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해 주었다.

吾恐其驚而遂至於惑也(오공기경이수지어혹야) : 나는 그가 놀라서 마침내는 미혹되게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弟子曰(제자왈) : 제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孫子之所言是邪(손자지소언시사) : 손휴의 주장이 옳고

先生之所言非邪(선생지소언비사) :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틀렸다면,

非固不能惑是(비고불능혹시) : 그른 것이 옳은 것을 미혹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孫子所言非邪(손자소언비사) : 손휴의 주장이 틀렸고

先生所言是邪(선생소언시사) :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면,

彼固惑而來矣(피고혹이래의) : 그는 본시 미혹한 상태로 왔던 것이니

又奚罪焉(우해죄언) : 어찌 선생님의 잘못이 되겠습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昔者有鳥止於魯郊(석자유조지어로교) : 옛날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노나라 교외에 앉았다.

魯君說之(노군설지) :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좋아해서

爲具太牢而饗之(위구태뢰이향지) : 소와 양과 돼지를 잡아 그 새에게 먹이고,

奏九韶以樂之(주구소이락지) :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새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다.

鳥乃始憂悲眩視(조내시우비현시) : 그러나 그 새는 처음부터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눈이 어지러워져서

不敢飮食(불감음식) :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했다.

此之謂以己養養鳥也(차지위이기양양조야) : 이것은 자기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다.

若夫以鳥養養鳥者(약부이조양양조자) : 만약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宜棲之深林(의서지심림) : 깊은 숲 속에 살게 하고,

浮之江湖(부지강호) : 강물과 호수 위에 떠다니게 하고,

食之以委蛇(식지이위사) : 진흙 속의 미꾸라지를 잡아먹게 해야 하는 것이다.

委蛇而處(위사이처) : 그처럼 넓은 땅에 두고서

則安平陸而已矣(칙안평육이이의) : 편안히 지내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今休(금휴) : 지금 손휴는

款啓寡聞之民也(관계과문지민야) : 멍청하고 견문이 적은 사람인데도

吾告以至人之德(오고이지인지덕) : 내가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 해준 것은

譬之若載鼷以車馬(비지약재혜이거마) : 마치 생쥐를 수레나 말에 태워주고

樂鴳以鐘鼓也(락안이종고야) : 작은 메추라기를 아악으로써 즐겁게 해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彼又惡能無驚乎哉(피우악능무경호재) : 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Posted by Tw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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