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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왜 대한(韓)민국일까?


우리나라의 국호 '韓' 대한민국, 한국, 한반도, 한국인. 우리가 국호로 쓰는 '韓'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韓. shufa.m.supfree.net
우리나라의 국명은 '한국’ 정확하게는 '대한민국'이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 나라 이름이 왜 한국인지, 이 반도가 왜 한반도인지, 우리가 왜 한국인인지, 그리고 이 '한(韓)'이라는 글자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꼭 알고 싶었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자료를 찾아봐도 '한'의 근원에 대한 확실한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이라는 글자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깝게는 <제헌국회 회의록>에서 우리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채택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다 심원한 뿌리를 찾을 수는 없었다.

가장 처음 '한'이라는 글자를 국호에 쓴 건 대한제국이다. 왜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쓰게 되었는지는 <조선왕조실록> 중 <고종실록>에 잠깐 나와 있다. 

확고한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의의인즉 '삼한을 잇는다'는 뜻으로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택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대한제국이 뿌리가 되어 대한민국, 한국, 한반도가 되고 우리가 한국인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기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는 모순된 면이 있다

마한, 진한, 변한을 의미하는 삼한이란 무엇인가? 

한반도 남부에 변변히 나라다운 기록도 남기지 못하고 짧은 시간 왜소하게 존재하다 백제, 신라, 가야에 병합되었다는 씨족 수준의 사회가 아닌가.

새로운 국명을 지을 때 예전에 있던 나라의 이름을 이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웅장하고 화려했던 과거를 계승하기 위함이다. 

왕건의 고려는 만주를 호령했던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지어졌고, 이성계의 조선은 단군이 통치하던 고조선(실제 명칭은 조선)을 잇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삼한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대한제국이라고 했다면, 삼한이 거대하고 큰 나라여야 논리에 맞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삼한은 한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었던, 나라로 인정해 주지도 않는 작은 씨족 사회에 불과하다. 

그 당시 조선은 두만강과 압록강을 국경으로 두고 있었는데 한반도 남부의 조그마한 삼한을 잇겠다고 대한제국이라고 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나는 삼한에 대해 우리가 뭔가 잘못 알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 역사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일부 과거의 역사서들에는 마한, 진한, 변한이 고조선의 큰 나라들로 나와 있지만 나는 가급적 이단으로 몰려 있는 책들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좀 더 크고 깊은 곳에서 삼한의 뿌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형식논리적으로 한국이 있어서 남한, 북한이 있는 것처럼 마한, 진한, 변한이라는 나라도 원래 한이라는 원천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중국의 역사서에 나오는 삼한이라는 국명을 찾아보았다.

삼한이라는 국명은 중국의 <한서지리지>에 나오는데 역사라든지 강역이라든지 하는 설명은 아무것도 없이 단지 그 풍습에 대해 짧게 나오는 게 하나 있고, 우리 <삼국사기>에 '마한이 백제에 병합되었다'는 정도의 내용이 있다.

이토록이나 기록이 없자 '삼한'이 되었든 '한'이 되었든 '한'이라는 글자를 반드시 찾아야겠다는 신념이 나의 가슴속 깊숙이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나는 문집이든 사서든 혹은 일개 서간이든 역사상 '한'이라는 글자의 맨 처음 기록을 찾아봐야겠다고 작심을 하고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많은 세월이 흘러서야 너무나 뜻밖의 서적에서 이 세상 최초의 '한'을 찾아냈다.

시경이 기록한 우리의 고대 국가 '韓' 중국의 명저 사서삼경 중 한 권인 '시경 - 한혁편'에는 '한후(韓侯)'가 주나라 선왕(기원전 827-782)을 방문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韓'은 춘추전국시대 동명의 '韓'이 세워지기 400년에 이미 존재했던 것이다. ⓒ시경. WIKIPEDIA. Classic of Poetry
놀랍게도 이 '한'이라는 글자는 중국의 사서삼경 속에 있었다

사서삼경 중에서도 공자가 으뜸으로 칭하던 <시경>에 이 의미심장한 글자 '한'이 있었다. <시경> [한혁편]의 '한후(韓侯)'가 그것이다. 

'후'는 우리 모두가 알듯이 제후, 임금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한후'라는 단어는 '한이라는 나라의 임금'이 되는 것이다.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수많은 학자들 중 이 '한후'가 혹시 한국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왜냐하면 <시경>은 워낙 오래된 중국 책이기 때문이다.

중국 최초의 국가는 은나라지만 역사서에 기록된 최초의 나라는 주나라이다. 거기에 더해 <시경>은 주나라 초기에 나온 책으로 중국 역사의 태동기에 나온 어마어마하게 오래된 책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신라, 고구려, 백제부터를 역사시대로 가르치고 그 이전은 고조선으로 뭉뚱그리고 있다. 

그 고조선은 곰에게서 태어난 단군 할아버지가 다스렸다는 식의 전설로 버무려 놓고 있기 때문에 이 까마득한 시절에 등장한 한후가 우리의 조상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시경>에 나오는 한후의 나라 '한'을 공부깨나 했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모두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국 칠웅 중 하나인 '한(韓)'이라는 나라로 설명한다. 내가 답변을 들어본 수많은 교수들 역시 한결같이 이 한을 춘추전국시대의 한이라고 답변했다. 

한 씨 성(姓)을 쓰는 사람들조차 자신들의 성을 대부분 '나라 한'이라고 대답하는데, 어느 나라 한이냐고 물으면 대개 잘 모르지만 그중 족보에 깊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한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시경>에 나오는 한후는 중국 주나라 선왕 때 주나라를 방문한다. 이 주나라 선왕은 기원전 827-782년에 존재했던 사람이다. 

한편 춘추전국시대의 '한'은 기원전 403년에 건국된 나라이다. 연대를 따져보면 모순은 즉각 드러난다. 모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학자와 교수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 한후라는 사람의 나라 한은 과연 어떤 나라인지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어떤 역사서를 보아도 이 '한'이라는 왕조는 춘추전국시대의 그 한밖에는 없다.

'한'이라는 나라는 있으되 중국의 왕조가 아니라면?

형식논리로 본다면, 그 '한'은 중국의 왕조가 아닌 어떤 다른 민족의 왕조인 것이다. 아무래도 이름이 같은 우리나라 '한'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도 기록도 없이 그런 주장을 펼칠 수는 없어 나의 염원은 상상 속에서만 머물러야 할 듯싶었다.

그러나 천만뜻밖에도 나는 중국 동한 시대의 왕부라는 대학자가 쓴 <잠부론> '씨성편'에서 어마어마한 기록을 만날 수 있었다.

왕부라는 학자는 중국 한(漢)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자이다. 그의 <잠부론>은 세계의 100대 명저에 꼽히곤 하는데, 그중 '씨성편'은 성씨의 기원을 기록한 책으로 그는 그제까지의 모든 기록을 섭렵해 성씨의 유래를 기록해 두었다.

'씨성편'에서 왕부는 한씨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한후가 언급되고 있다. 그대로 옮기자면 '<시경>에 나오는 한후의 후손은 위만에게 망해서 바다를 건너갔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 국사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위만에게 망한 사람은 고조선의 준왕이다. 그리고 한후의 후손이 건너간 바다는 바로 서해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고조선은 일본인들이 짜준 각본처럼 한반도 안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니라 지금의 중국 대륙에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위만에게 망한 한후의 후예는 고조선의 준왕이었지만 그로부터 약 800년 전에 존재했던 조상이 조선후가 아니라 한후라는 명칭을 쓴 걸 보면 고조선의 과거 국호가 '한(韓)'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김진명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 그것은 우리 국호의 유래와 의미부터 아는 일이 아닐까?'하여 첫 이야기를 우리 국사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국호 '한(韓)'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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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w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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