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자가 추적한 책 <암컷은 언제나 옳다>

짝짓기와 번식 주도권 쥐고 수컷 무한경쟁 몰아
먹이 안 물어오면 가차 없이 ‘서방질’ 윽박질러

산에 가면 짝짓기 철을 맞은 새들의 노랫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부드러운 신록이 돋는 때에 맞춰 곤충의 애벌레가 깨어나고, 이 영양가 많은 먹이가 풍부할 시기를 놓치지 않고 새끼를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짝을 이룬 새들은 공들여 집을 짓고 하루 1000번 넘게 둥지를 들락거리며 벌레를 물어 날라 새끼를 키운다. 깃털이 빠질 정도로 지극한 어미 새의 이런 헌신을 우리는 자연다큐멘터리 필름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열에 아홉은 외도하고, 이혼율 100%도

그러나 진화생물학의 눈으로 보면, 새들의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더 멋진 깃털의, 더 잘 우는 수컷이 주변에 없는지 끊임없이 곁눈질하는 암컷, 암컷이 알을 품고 있거나 새끼를 기르는 동안에도 외도를 일삼는 수컷, 먹이를 잘 가져다 주지 않으면 바람을 피우겠다고 대놓고 윽박지르는 암컷, 90%에 가까운 외도율과 종에 따라 100%인 이혼율…. 자기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려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암컷은 언제나 옳다>(브리짓 스터치버리 지음 정혜영 옮김/이순/1만 3800원)는 부제처럼 복잡하고 은밀한 새들의 사생활을 파헤친 책이다. 캐나다 요크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인 지은이는 새들의 ‘불륜’ 전문가이다. 아름다운 소리로 우는 참새 목에 속하는 명금류 새에게 무선추적기를 달아 행동을 추적한 평생의 연구 결과가 이 책에 담겨있다.
Posted by Tw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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