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태엽 감는 새, 2 예언하는 새 편


- 그 세월이 내게는 마치 일장춘몽처럼 느껴진다오. 

세월은 세월이면서 세월이 아니었던 것이오. 

내 기억은 그처럼 허무한 시체 같은 세월을 한순간 초월하여 저 호롱바일 황야로 곧바로 돌아가 버리곤 했소. -70쪽

- 인생이라는 행위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은 한정된, 아주 짧은 기간이라오. 어쩌면 수십 초일지도 모르오.

그것이 지나가버리면, 또 거기에 나타난 계시를 잡는 데 실패해버리면 두 번째 기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소.

그 후에 사람은 암울한 깊은 고독과 후회 속에서 인생을 보내야만 할지도 모르오.

그러한 황혼의 세계에서 사람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고.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마땅히 존재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덧없는 잔해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74쪽

- 언제까지고 늘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누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겠어요.

그럴 필요가 있겠어요? 만일 가령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말이에요. 

'시간은 아직 충분히 있으니까, 언젠가 가까운 시일 내에 생각하면 되니까',하게 되지 않을까요?

...

우리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죽음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필요한 거예요. ...

죽음이라는 존재가 생생하고 거대할수록 우리는 필사적으로 사물을 생각하게 되는거죠. -174쪽

- 그것을 타고 계속 올라가면 훨씬 위쪽에는 내 과거가 모두 함께 모여서 즐겁게 사는 

조마한 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

러시아 소설에서는 대체로 편지를 겨울밤에 나롯불로 태운다. -285쪽

- 시시한 것에 제일 많이 시간을 투자한다고.

그러한 것에 시간을 투자하면 할수록 뒷일이 제대로 풀려가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 332쪽

- 나는 말이야, 어느 쪽인가 하면 혈실적인 인간이거든.

내 두눈으로 직접 납득할 때까지 본 것 외에는 믿을 수 없어. 팽계나 계산,

혹은 무슨 무슨 주의나 무슨 무슨 이론이라는 것은 대개 자신의 눈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333쪽

- 제일 간단한 것에서부터 사물을 생각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

"이해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무엇인지 확실히 알 때까지 자신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훈련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구나.

시간을 들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돼. 충분히 무엇인가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제일 세련된 형태의 복수란다. -334쪽



Posted by TwoTen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