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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의 본질 1부 – 9장. 중도란 무엇인가?
 
 
 
■ 중도란 무엇인가?
 
이번엔 중도에 대해 알아보자.
중도는 인지거리가 중간쯤인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좌파의 논리나 우파의 논리 모두 그럴듯하게 들린다.
중도만의 고유한 논리는 없다.
물론 좌우가 싸운다고 ‘둘 다 똑같다.’는 양비론을 가지기는 하지만,
논리에 대한 평가가 아닌 '태도'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이 중도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그 사회(나라)전체 분위기가 바뀐다.
프랑스를 비롯한 북유럽 복지국가에서는 대부분 좌파논리에 손을 들어주고,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 남미 등 보수국가의 중도는 우파논리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성장과정에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중도의 특징중 하나)
최근 프랑스는 테러로 인해 우파에게 표를 더 많이 주었다고 한다. (이 역시 환경의 영향)
 
 
지금 언급하는 중도는 생물학적인 중도다.
이 ‘생물학적 중도’와 ‘중도를 지향하거나 주장하는 사람’은 같지 않다.
대게 보수적일수록 자신이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데,
폐쇄적인 성향으로 인해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마다, 더 심사숙고해서 수용하는 습성탓에 생긴 착각이다.
오랫동안 생각해서 결정하므로(이걸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착각) 중립적이라는 것이다.
정치적인 결정은 아무리 오래 고민해도 동기화된 추론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스스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 이중개념주의자
 
인지언어학자이자 정치심리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실험을 통해 중도가 진짜 중간자적인 입장이 아닌 이중개념주의자라는 걸 밝혀냈다.
‘모든 현안’에 중간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각 현안’마다 좌파나 우파의 논리를 따로따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논리를 바꾸기도 한다.
그러니 선거 때마다 중도는 부동층(둥둥 떠다니는 부유층)이나 스윙보터(swing voter)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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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부동-층 [浮動層]
선거나 투표 따위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했거나 바꿀 생각이 있는 계층.
 
스윙보터 [swing voter]
선거 등의 투표행위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윙보터들은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게 된다.
출처: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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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을 우리나라 EBS에서도 했다.
아래는 화면은 [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2부 – 중도파는 중간에 있지 않다]의 일부이며,
순서대로 조지 레이코프의 설명, 한국인 90명을 실험한 뒤의 점수, 서울대 곽금주교수의 평이다.
 
 
 
 
 
(각 문항마다  5개의 선택지가 있고, 1번쪽이 우파 성향의 답변, 5번쪽이 좌파 성향의 답변을 배치한 결과값이다.)
 
출처: 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2부 – 중도파는 중간에 있지 않다. 2012.10.30
 
 
 
 
 
 
 
 
 
이를 이해하기 쉽게 이미지화 시켜보자. (왼쪽 항목은 예를 들기 위해 대충 표기한 것이다.)
 
 
중도라 주장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좌파 논리와 우파 논리가 뒤섞여 있을 뿐이다. (이중개념주의)
인지거리가 중간쯤이라 이쪽저쪽 논리가 모두 그럴듯하게 들리므로
필요에 따라, 혹은 개인 성향에 따라 항목별 논리가 달라지는 것이지
그들의 주장만큼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라는 증거는 없다.
결국 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므로 ‘중도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진짜 생물학적 중도는 아래와 같아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균형(?)을 갖춘 사람은 거의 없으며, 극소수가 있다 해도 정치에 관심 없다.
균형감이 완벽하면 어느 쪽이 당선되든, 어떤 정책이 실행되든 상관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로, 정치적 주장을 하면서 자신이 중도라는 사람도 진짜 중도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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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이중개념주의자들은 평범하다.
그들 가운데는 단일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을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중개념주의자를 '중도주의자'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중도주의 세계관이란 결코 없으며, 진정한 중도파는 정말로 거의 없다.
출처: [프레임 전쟁]-조지레이코프. 창비.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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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현안별로 서로 반대되는 생각을 가질 경우,
자기는 합리적이지만 상대는 편파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중도를(현안마다 각각의 논리 + 상황에 따라 바뀌는 논리) 내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중간으로 다가갈게 아니라 그들에게 내 논리가 잘 들리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게 프레임이다.
 
하지만 야권 중도성향의 정치인들은, 그들의 표를 얻기 위해 당을 중도로 끌고 가는 우를 범한다. (소위 말하는 우클릭)
그런다고 중도가 표를 주는 것도 아니고, 반대편 공격논리에 놀아나는 것 뿐인데도,
우클릭을 계속 한다. (이 부분은 차후 다시 언급할 것이다.)
 
 
 
 
■ 프레임에 잘 걸려드는 중도
 
이쪽 논리도 그럴듯하고, 저쪽 논리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중도는
프레임을 바꾸면 선택지도 쉽게 바꾼다.
(주의: 단순히 생물학적 중도뿐만 아니라, 자아정체성이 약한 사람도 프레임에 잘 걸린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후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건 2부에서 다룰 것이다.)
 
 
아래는 [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2부 – 중도파는 중간에 있지 않다.]에서 한 실험이다.
똑같은 내용을 프레임만 다르게 잡고 질문한다. 그럼 결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KTX 민영화에 대한 질문을
1. KTX 일부 노선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2. 고속철도의 경쟁체제도입에 찬성하십니까?
이렇게 프레임을 잡아 질문한다.
 
 
 
 
1번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반대가 월등히 높다.
그러나 2번 질문은 찬성이 확 높아지고, 심지어 결과가 바뀌기도 한다.
 
 
뚜렷한 자신의 논리를 가지고 있으면, 프레임이 바뀌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자신의 논리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프레임을 바꾸면 생각도 쉽게 바뀐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 것이다.
자아정체성이 약해도(자기 생각이 없는 상태) 외적요인에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프레임에 놀아나기 쉽다.
 
만약 위 두 질문을 동시에 같은 장소에 세워 뒀다면, 사람들은 피식~ 웃을 것이다.
그러나 따로따로 두면, 자신이 프레임에 빠져 놀아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 프레임에 갇힌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현실정치에서 가장 큰 프레임으로 작동하는건 아마 [빨갱이] 프레임일 것이다.
이게 진화해 [종북]프레임이 되었다.
(빨갱이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 종북으로 바꾼 것이다.)
 
다음이 지역감정으로, 대표적인 사례가 [전라도는 빨갱이]다.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만들어온 지역감정이 무의식까지 파고들어, 그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레임에 걸려 있기 때문에, 계속 전라도를 비하하는 콘텐츠를 재생산해낸다.
 
그 다음이 언론에서 열심히 조작하는 [친노 패권주의]다.
패권주의가 되려면 권력을 휘두르고 반대파를 찍어 눌러야 하는데,
자신을 공격하는 다른 계파를 그냥 놔두는데도 패권주의라고 욕먹는다.
즉, 다른 계파나 반대진영이 문재인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낸 프레임이다.
(박근혜는 유승민 원내대표나 채동욱 검찰총장을 축출했지만 패권주의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빨갱이]나 [종북]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위한 프레임이고, (반대파 제거)
[전라도 빨갱이]는 김대중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
[친노 패권주의]는 과거엔 노무현 대통령을, 지금은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이다.
 
 
 
 
 
이런 프레임에 빠져 있기 때문에,
중도 성향은 좌파를 빨갱이나 종북으로 취급하며, 친노 패권주의를 혐오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이유를 동기화된 추론으로 재생산 한다.
프레임에 빠져 ‘싫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으니, 이유를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경제를 망쳤다는 인식도 마찬가지다.
수치와 체감이 모두 나았던 노무현정권은 경제를 망쳤다고 알고 있고,
나라를 빚더미에 올린 이명박정권은 경제를 살렸다고 생각한다.
이명박보다 더 형편없는 박근혜정권은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렇게 프레임에 빠져 있으면, 스스로 프레임에 갇혀 있는 줄도 모른 채 사고를 지배당하게 된다.
 
 
 
 
 
 
■ 한국의 중도당은 어떨까?
 
세계 어딜가도 중도당이 정치권을 장악한 경우는 없다.
고유의 논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도좌파나 중도우파등 어느 한쪽으로 더 기울어야 당이 유지 된다.
 
우리나라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당도 마찬가지다.
독자적 논리가 없기에 둘 다 비난하거나, 둘 다 칭찬하는 현상이 생긴다.
즉, 매번 논리가 바뀌는 것이다.
당의 논리가 매번 바뀌면, 그 지지자들은 얼마나 버틸까?
똑같이 매번 논리를 바뀔 수 있는 사람만 남을 것이다. 그럼 기껏해야 가운데 있는 5~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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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6일: 야당 맹비난 이어 박대통령에게도 작정 쓴소리
16일에도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새누리당이 100점 만점에 10점이라면 야당은 10점도 못 받을 것" 이라면서 '친정'을 향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새정치연합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비난의 화살을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렸다. 안 의원은 16일 SNS를 통해 "이토록 무책임한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이토록 오만한 대통령이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또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의 무능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걸핏하면 국회 심판론을 들먹이고 있다"고 했다.
 
==> 양비론이다.
 
▶1월12일: 권양숙 만난 안철수…"특정세력 비판한 적 없다“
안 의원은 '친노 주류에 대해 비판해왔는데 봉하마을을 찾은 이유'를 묻자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은 없다"며 "원론적으로 어떻게 하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다시 신뢰를 얻어 정권교체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작년 9월부터 말씀드린 것뿐"이라고 답했다.
 
▶1월15일: 한상진 “이승만 ‘국부’… 공로 잊어서는 안돼”
한상진 국민의당 창준위원장의 "이승만 전 대통령 국부" 발언으로 당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야당 발제에서 파장 짚어봅니다.
 
 
==>> 이번엔 양친론이다.
 
 
▶1월21일: 안철수 "두 기득권 정당이 담합해 갑질" 싸잡아 비난
가칭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한국정치가 망가진 것은 두 기득권 정당이 담합해 갑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 다시 양비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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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비판이 맞다 해도,
다시 양쪽 지지자에게 호소하기 위해, 양쪽 논리를 지지하는 일이 생긴다.
즉, 표를 얻고 싶을 때는 양친론을, 정체성을 확보 할 때는 양비론을 구사하며,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관점으로 보면, 호남에서의 중도당은 20% 이상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
현재 호남은 민주진보:보수가 90:1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2012년 대선기준)
우파적 인식체계를 가진 30%중, 10%만 새누리를 지지하던 참인데, 
중도당이 생기면 저 10%중 일부와 새누리가 미워, 어쩔수 없이 더민주를 지지하던 일부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결국 우파적 인식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지지자로 결집하는 셈이니,
당분간은 중간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더라도 나중엔 결국 오른쪽으로 굳어질 것이다.
 
 
 
 
중도에 대한 환경의 영향력은 2부 사회학적 관점에서 더 다룰 예정이다.


Posted by Tw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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