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25건

  1. 2014.02.23 뼈아픈 후회 - 황지우 by TwoTen
  2. 2014.02.18 영화 / Man from earth by TwoTen
  3. 2014.02.18 Jean Michael Basquiat by TwoTen
  4. 2014.02.18 나무. / 김혜정 by TwoTen
  5. 2014.02.18 <과학> 비비 우두머리 수컷, 스트레스도 최고 by TwoTen
  6. 2014.02.17 정민 한문학 by TwoTen
  7. 2014.02.17 garbage collector by TwoTen
  8. 2014.02.08 두달을 못 버티고 요양원을 찾았다. by TwoTen
  9. 2013.12.24 장자 외편達生편 (2013. 12. 24) by TwoTen
  10. 2013.12.10 즐거운 편지 / 황동규 (2013. 12. 10) by TwoTen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어느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1998,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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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from Earth

:: 영화 줄거리
교수직을 사직하고 떠나려는 어느 역사학자의 집에 송별파티를 해주러 동료들이 모여든다. 생물학자, 인류학자, 신학자, 고고학자인 이들에게 역사학자는 시간에 관한 아주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1998 년 작고한 미국의 SF단편 소설가이며 환상특급(Twilight Zone)의 작가였던 제롬 빅스비(Jerome Bixby)가 38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완성한 각본을 리차드 쉔크만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아주 작고도 장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외견상으로 보면 이 영화의 모든 부분은 존 올드맨(John Oldman)이라는 역사학 교수가 사직서를 내고 집에서 짐을 챙기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다른 학과의 교수 친구들이 먹을 것을 가져와서 갑자기 떠나버리는 존과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모인다. 이들을 모든 것이 안정적인 올드맨이 왜 떠나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다그쳐 묻는다. 교수직에 10년간 있으면서 학교과 학생들에게 인정도 받았고 친구도 생겼다.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어디로, 무엇을 하러 떠나는 것인지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결국 진실인지 픽션인지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만약 1만 4천년전에 태어난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인류학적으로 그 당시와 지금의 인류는 동일한 종이기 때문에 외견상 구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어는 어땠을까? 어떻게 그 사람, 바로 존 올드맨은 1만 4천년이란 세월을 살 수 있었을까?
동료 교수들은 학자들 답게 이러저러한 질문을 던지며 논리의 헛점을 캐내려하지만 틈은 없어보인다. 그는 부처를 만나 가르침을 얻었으며 보스톤에서는 화학교수를 했었고, 고호의 친구였으며 그로부터 그림도 한점 얻었다. 10년주기로 떠나야하기에 신분증을 위조하다가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의 친구들은 이제 이 말을 믿어야할지 믿지 말아야할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그가 정신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 만으로는 석연치가 않다.

:: 감상
여기에 영원히 시간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다. 고고학에서 얘기하는 선사시대의 크로마뇽인이 바로 자신이며, 한 때 자신이 예수였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있다면 당신은 그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허풍장이나 거짓말장이, 혹은 정신병자라고 여길 것인가? 아니면 그의 논리 정연한 말에 혹해서 사실이라고 여기겠는가?
만일 그가 허풍장이나 거짓말장이가 아니고 정신병자도 아니라면 어떨까? 
그의 머리속에서 그가 1만 4천년 동안 살아왔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 실재였다면 어떨까?


실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외부에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물리적 실재가 있고, 
둘째는 우리 각자가 경험하여 마음으로 재구성한 개인적 실재이다.
그리고 이 둘 다 진짜 실재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각인된 주관적 실재(개인적 실재)가 착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그것은 모두 마음의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재이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유일한 실재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실재와 물자체인 물리적 실재를 혼동할 때 착각이 일어난다. 고대 인도의 베단타 철학자들은 이러한 혼동을 마야(maya)라고 했다. 마야를 세계에 대한 잘못된 지각인 착각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세계에 대한 잘못된 믿음인 '환영(幻影)'으로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가 마음의 상을 외부 세계라고 생각할 때 환영이 일어난다. 우리가 본 나무를 나무 자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능가경'에 이런 말이 있다. 
"만물은 보이는 대로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출처:「과학에서 신으로 (피터 러셀 著)」'세계에 대한 잘못된 믿음, 마야' 中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게 우리 마음에 나타난 감각상(感覺像)에 불과하다면, 우리의 지각을 지지하는 물리적 실재가 존재한다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것은 가정에 불과하지 않을까?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정은 그럴듯해 보인다. …… 중략 …… 우리는 물리적 실재를 정확히 모르면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실재의 본질을 밝히려는 건 많은 과학적 연구의 목표였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그런 움직임을 지배하는 많은 법칙과 원리를 밝혀왔다. 그러나 아주 묘하게도 과학자들이 참된 본질을 연구하면 할수록, 그들은 물리적 실재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 다름을 발견하게 된다.
이 말에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의식 형태와 특성뿐이라면, 이런 것들은 근본적인 물리적 실재를 기술하는 적절한 모델이 아닐 것이다.

출처:「과학에서 신으로 (피터 러셀 著)」'알 수 없는 실재' 中에서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이 인류 또한 죽음이라는 불치병에 걸려있고, 이 병은 그 누구도 스쳐지나 갈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1만 4천년 동안 죽지 못하는 병(불사병, 不死病)에 걸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영원을 견뎌낼 것인가?
영화를 본 후 "산다는 것은 어쩌면 기억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란 것은 유기체에만 관련된 성질의 것이 아니다.
흔해 빠진 레코드 판도 소리를 기억한다.
녹음기는 몇 년전에 녹음된 목소리를 수월하게 재생해 낸다.

"기억이란 생리학적인 의미에서 일종의 각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반응이 요구될 경우 몸체는 항상 동일한 리듬의 응답을 토해 내는 것이다."
- 알프레드 앨런 반 보그트 "괴물:The Monster" 중에서 -


※ 이 영화는 과학적으로는 진화론적 사상을 밑바탕에 뒀으며, 종교적으로는 철저히 반기독교적인 영화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극렬한 기독교인이거나 광신도라고 판단되는 분들은 감상하시면 상당히 열 받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웬만하면 안 보시길 권합니다. 
기독교인이지만 열린 시야를 가진 진보적인 신앙관을 가진 분들이라면 보시는 데 크게 지장은 없을 걸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종교를 사람이 만든 신념 정도로 여기는 분들은 재밌게 보시겠구요. 
무신론자이면서 기독교를 인류의 적이라고 여기는 분들께는 쌍수를 들어서 추천해드립니다. -.-;

영화의 성격상 우리나라 영화관에서 개봉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독교인 중 99%가 근본주의인 나라에서 반기독교적인 영화를 개봉하는 건 자폭행위나 마찬가지일테니……. "다 빈치 코드"도 개봉을 했으니, 또 모를 일이긴 하네요.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이긴 하지만, 흥행과는 동떨어진 영화이기도 하니 국내개봉은 좀 어려울 겁니다. 어둠의 루트로 다운받아 보셔야할 듯합니다.
(이 글을 쓴지 벌써 2년 수개월이 지났네요! 제 예상을 깨고 2010년 9월 30일에 개봉예정이네요. 개봉을 하든 여건이 안돼 DVD로만 출시돼든지 여하튼 흥행과는 동떨어진 영화를 수입한 걸로 봐서 수입업자가 큰 감명을 받았나 봅니다.)
반기독교적인 사상이 밑바탕에 깔린 영화이지만, 종교적 성향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저예산 영화임에도 상당히 수준있는 괜찮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말미에 반기독교적인 내용이 나오지만, 반종교적인 영화로 보기보다는 'Sci-fi 영화'라고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tittle.tistory.com/m/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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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

1960~1988.8.12
Basquiat
뒷골목 천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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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김혜정--

스무살 시절...

나는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무가 질투가 나도록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난 오늘 문득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무성한 잎사귀로 지친이들에게 그늘을 내려주고 쉬게해주는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러웠던건

땅에 깊이 뿌리내린 그 견고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이상을 향해나갈줄 아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오늘 난...

왜 나무가 되고 싶어했는지 알았습니다.

25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왜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하늘을 향해 뻗어가지 못하고
휴식의 그늘도 드리지 못하고...

여전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했던 그 열망도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물위를 떠다니는...

그래서 늘... 배멀리를 하듯 울렁거리는 현기증에 시달려야하는...

나는....

수초와 같은 존재여서

그렇게 나무가 부러웠던 것이었다는걸...

나는 물에 뿌려진 씨앗이라서...

옥토에 뿌려져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잎사귀를 자랑하며...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두팔버리고 뻗어가는 나무가
그토록 부러웠던 것이었다는걸...

난...

이제야 알았습니다.

25년도 더 넘도록..

조금도 변합없이..

여전히 붕떠서 흔들리고 있어야 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달라질 수 없었던 이유를...

난...

이런 울렁거리는 고통을

더 많은 시간 겪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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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비비 우두머리 수컷, 스트레스도 최고
연합뉴스 | 2011/07/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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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P=연합뉴스) 아프리카의 야생 원숭이(비비) 무리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이른바 `알파' 수컷들은 성 호르몬 수치가 가장 높지만 이와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진은 9년간 아프리카 비비들의 생태를 연구한 결과 `알파' 수컷 다음 서열인 `베타' 수컷들도 성 호르몬 수치는 알파 수컷 못지않고 먹이나 짝짓기 면에서도 알파 수컷과 비슷한 기회를 누리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베타 수컷들 역시 짝짓기와 지위 확보를 위해 다른 수컷들과 종종 싸우긴 하지만 알파 수컷만큼 싸움이 잦지는 않으며 이들의 스트레스 수치는 무리의 하위급에 드는 `패자' 수컷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짝짓기 기회가 영영 오지 않는 패자 수컷들 역시 스트레스 수치가 높긴 하지만 알파 수컷과 달리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서열이 높은 수컷들의 괴롭힘에 따른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무리의 서열이 안정된 시기와 서열이 바뀌는 불안정한 시기에 각각 이들의 배설물을 채취해 호르몬 수치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나 높은 지위에 이익만이 아니라 생리적 스트레스 같은 대가도 따를 때는 결과적으로 높은 지위를 오랫동안 누리지 못하게 되거나 피로 누적으로 장기적인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두머리 수컷의 유난히 심한 스트레스는 자신의 지위와 짝짓기 기회를 지키는데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흔히 알파 수컷에 비유돼 온 인간 사회의 `고위층 스트레스 증후군' 가설은 결함이 있는 것이며 이번 연구가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함께 실린 논평에서 고위층 남성들은 지위를 지키기 위해 신체적인 싸움을 벌여야 할 필요도 없고 암컷을 지키느라 상당 기간 굶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 사회에서는 소득이 적은 계층에서 스트레스 관련 질병이 훨씬 더 흔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이는 무력함이 사람의 스트레스에 심각한 영향을 주며 사다리의 밑바닥에 있는 자가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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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한문학

여러이야기 2014. 2. 17. 13:20
能愛日, 可使一日爲兩日, 百年爲千載.
능애일, 가사일일위양일, 백년위천재.
-祝子小言- 축자소언
하루를 사랑할(아낄) 수 있다면,
하루를 이틀되게 할 수 있고,
백년이 천년되게 할 수 도 있다.

정민 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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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레프트(copyleft)란  (0) 2012.08.30
기도 -황동규-  (0) 201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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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ecently asked a friend, 'Has your son decided what he wants to be when
he grows up?'

'Yes, he wants to be a garbage collector', my friend replied.

I had to think about that one for a moment. 'That's a rather strange
ambition to have for a career,' I finally managed to reply.

'Well,' said the boy's father, 'he thinks that garbage collectors only work
on Tues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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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40208093005868

두 달을 못 버티고 요양원을 찾았다
한겨레|
입력 14.02.08 09:30 (수정 14.02.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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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토요판]


가족 / 할머니의 치매

▶ 얼마 전 한 아이돌 가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할머니가 함께 생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수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와 암에 걸린 어머니를 더이상 부양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지요. 사건을 본 우리 가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살을 두고 흔히 하는 '목숨이 그리 가볍냐'는 비판도, '안쓰러워 어쩌누'라는 위로도 할 수 없었어요.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조금은 알기 때문입니다.


"언니, 어딜 나가? 어제랑 그제도 내가 할머니 당번했잖아."

"미안해. 남자친구 오랜만에 만나는 거 알잖아. 한번만 봐줘."

"진짜 이기적이다. 나도 오늘 약속 있다고. 할머니보다 남자친구가 더 중요해?"

"카드 줄 테니까 할머니 맛있는 거 사드려. 나 갈게."

"야 이 싸가지 없는 년아. 언니! 야!"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할머니를 모신 지 두달 만에 우리는 지쳐 있었다.

효자라면 효자였다. 아버지를 비롯한 6남매는 부모에게 자주 찾아가는 편이었고 용돈도 적지 않게 드렸다. 입만 열면 '우리 어머니 같은 사람 없다'는 말을 하고 하루 한 번 전화도 빼먹지 않았다. 할머니가 동네로 찾아오는 장사꾼들에게 속아 가짜 건강식품이나 게르마늄 옥매트, 불량 청소기 따위를 사들였을 때도 자식들은 그저 웃었다. '우리가 더 자주 찾아뵈었으면 저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는 반성이 먼저 나왔으니까.

그런데도 할머니는 끝내 자식들의 효성을 시험해보고 싶으셨나 보다. 87살이 되던 해 치매가 찾아왔다. 초기에는 잘 몰랐다. 그저 노인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압력밥솥에 불을 올렸다가 솥을 통째로 태워먹자 자식들의 걱정은 커졌다. 얼마 뒤 할머니는 부엌을 통째로 태웠다. 불이 안방으로 번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자식들은 마을에서 가까운 식당을 찾아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 앞으로 하루 세끼 도시락을 배달시켰다. 6가지 찬에 따끈한 밥과 국이 포장된 정갈한 도시락을 보면서 자식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분간은 안전하시겠지.'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됐다. 할머니는 사람을 점점 못 알아봤다. 누가 가도 손자의 이름만 불렀다. 내면의 한도 터져 나왔다. 70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할아버지한테 푸념 한번 하지 않던 할머니는 미워 죽겠다는 듯 할아버지를 때렸다. 할머니의 한풀이에 90살을 넘긴 할아버지는 몸에 멍이 들도록 맞으며 평생의 죄를 갚고 있었다. 더이상은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온전한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맡기고 할머니는 삼남매가 나눠서 돌보기로 했다. 큰아들네 두달, 작은아들네 두달, 셋째네 두달. 딸 둘과 외국 사는 막내아들은 순번에서 제외됐다.

우리 집이 첫번째였다. 아버지가 큰아들이다. 아버지는 소똥 냄새 나는 고향과 참기름 향을 풍기는 할머니를 사랑했지만, 치매 걸린 노인을 돌보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잠시 눈을 떼면 사고가 났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이 사라져 있고, 때론 무선전화기가 냉장고 안에 있었다. 책상 위에는 흙 묻은 아버지 신발이, 옷장에서는 반찬통이 튀어나왔다. 할머니는 입만 열면 '집에 가서 니 아버지 밥해줘야지'라고 소릴 지르며 신발을 신었다. 서울의 아들집은 할머니에겐 그저 남의 집이었다.

식사도 문제였다. 평소에는 반찬이 없어도 그럭저럭 버티던 아빠가 예민해졌다.

"평생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는데 반찬이 이게 뭐야. 노인네가 이걸 어떻게 씹어!" 워킹맘인 엄마도 지지 않았다. "열두시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밤새 만든 건데, 싫으면 당신이 직접 하든가." "그게 지금 말이야?" "말이 아닐 건 뭐야. 그렇게 어머니, 어머니 하더니 한달을 못 참고 나한테 짜증 내잖아."

가족들은 점점 지쳐갔다. 아빠는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고 할머니 수발에 나섰지만 본래 간호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이다. 할머니와 있으면서도 그저 주무시길 바랄 뿐 달리 간병인 구실을 하지 못했다.



사라진 할머니를 찾고 나서
우리는 주저앉아 울었다
부모를 고작 두 달 모시고
피폐해진 게 부끄러웠다

고집불통 할매는 요양원에서
생기도 사라지고 얌전해졌다
그래도 우리는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쫓겨나면 갈 데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사라졌다. 덥다고 문을 열어둔 게 화근이었다. 집에 돌아오자 사색이 된 아빠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20층도 넘는 아파트에서 노인이 어떻게 내려갔을까'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길도 모르고 자식도 못 알아보는 양반이 어딜 갔나' '못 찾으면 어떡하지…'. 안 좋은 생각이 꼬리를 물자 우리는 모두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아파트와 집 주변을 나눠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네 식구가 소리를 지르며 찾은 지 한시간 만에 할머니를 아파트 2층 계단에서 발견했다. 아빠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가긴 어딜 간다고 나갔어. 자식도 못 알아보는 양반이 왜 자꾸 간다고…." 아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었다. 엄마도, 나도 울었다. 우리는 그저 복도에 주저앉았다. 평생 길러준 부모를 고작 두달 모시고서 피폐해진 것이 부끄러워서다. 할머니는 그 와중에도 '집에 갈라고'를 연발했다. 밤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던 그날 밤 우리는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창문까지 닫고 누웠다. 치매 앞에서 네 식구는 무력해졌다.

그렇게 생채기를 남기고 난 뒤에야 지방에 있는 한 치매노인 요양원을 구할 수 있었다. 허름한 요양원에 있던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왔다. 요양원비에 기저귀, 간식비 등을 포함해 한달에 한분당 150만원이 들었다. 이 역시 6남매가 나눠 내기로 했다. 돈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감사해야 했다.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할머니는 허리까지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잘랐다. 늘 은비녀로 곱게 정돈한 머리의 할머니는 사내아이처럼 짧은 머리가 됐다. 그런 머리가 감기기 쉽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할머니는 유난히 조용했다. 목욕은 일주일에 두번, 밥도 잘 나오고 간식도 드신단다. 한데 생기가 사라졌다. 꼭 호되게 혼난 어린이집의 아이 같았다. '집에 가서 니 아버지 밥해야제'를 연발하던 고집불통 할매는 없고 얌전한 요양원 노인이 앉아 있었다. 밤에 잠을 안 주무셔서 약을 좀 먹였다는 얘기도 있고, 집에 가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서 안정제를 투여했다는 말도 들려왔다.

그래도 우린 할 말이 없었다. 고작 두달 만에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것들이 자식이라고 와서 '왜 어머니를 함부로 대하느냐'고 말하는 건 자기기만이었다. 여기서 쫓겨나면 갈 데가 없기도 했다. 엄마와 아빠는 그저 요양원 보호사 선생에게 용돈을 쥐여주며 "잘 좀 부탁드린다"고 얘기했다. 나는 "할머니 미안해"만 반복했다.

쓸쓸하게 돌아섰다. 자주 오겠다고 말했지만 요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저마다 지고 있던 삶의 짐을 다시 떠올렸다. 할머니에게 느꼈던 미안함은 내일 출근, 모레의 실적 마감, 다음주에 있을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곧 사라졌다. 잠시나마 효자이고 싶었던 우린 그렇게 또 불효자로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 뒤에서 우는 불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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達生


1.

達生之情者(달생지정자) : 삶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生之所無以爲(불무생지소무이위) : 타고난 본성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達命之情者(달명지정자) : 천명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命之所無奈何(불무명지소무내하) : 운명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養形必先之以物(양형필선지이물) : 육체를 보양하려면 반드시 먼저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物有餘而形不養者有之矣(물유여이형불양자유지의) : 남아도는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육체를 보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有生必先無離形(유생필선무리형) : 삶을 지탱하자면 반드시 먼저 육체를 손상시키지 말아야 하는데,

形不離而生亡者有之矣(형불리이생망자유지의) : 육체가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삶을 잃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生之來不能却(생지래불능각) : 삶이 태어나는 것은 아무도 물리칠 수 없는 것이며,

其去不能止(기거불능지) : 삶이 떠나버리는 것도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이다.

悲夫(비부) : 슬프다

世之人以爲養形足以存生(세지인이위양형족이존생) : 사람들은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 충분히 삶을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而養形果不足以存生(이양형과부족이존생) : 그러나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는 삶을 보존하기에 족하지 않다고 한다면,

則世奚足爲哉(칙세해족위재) : 세상에 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雖不足爲而不可不爲者(수부족위이불가불위자) : 비록 할 만한 것이 못되는데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其爲不免矣(기위불면의) : 육체를 보양하는 데 대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夫欲免爲形者(부욕면위형자) : 육체를 보양하려는 생각을 버리려 한다면

莫如棄世(막여기세) : 세상일을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棄世則無累(기세칙무루) : 세상일을 버리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게 된다.

無累則正平(무루칙정평) :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 마음이 바르고 평안해진다.

正平則與彼更生(정평칙여피갱생) : 마음이 바르고 평안하면 자연과 더불어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될 것이다.

更生則幾矣(갱생칙기의) :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되면 거의 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事奚足棄而生奚足遺(사해족기이생해족유) : 세상일은 일부러 버리지 않아도 버려지고, 삶은 일부러 잊지 않아도 잊어져야 한다.

棄事則形不勞(기사칙형불로) : 일을 버리면 육체가 고생스럽지 않게 되고,

遺生則精不虧(유생칙정불휴) : 삶을 잊으면 정신이 손상 받지 않는다.

夫形全精復(부형전정복) : 육체가 완전하고 정신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면

與天爲一(여천위일) : 자연과 일체가 되게 될 것이다.

天地者(천지자) : 하늘과 땅은

萬物之父母也(만물지부모야) : 만물의 부모이다.

合則成體(합칙성체) : 하늘의 양과 땅의 음의 기운이 합쳐지면 형체가 이루어지고,

散則成始(산칙성시) : 흩어지면 처음의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이루게 된다.

形精不虧(형정불휴) : 육체와 정신이 손상됨이 없는 것,

是謂能移(시위능이) : 이것을 자연의 변화와 함께 옮아가는 것이라 한다.

精而又精(정이우정) : 그래서 정신의 정순함이 극점에 이르면

反以相天(반이상천) : 본원으로 돌아가서 하늘의 활동을 돕게 되는 것이다


2.

子列子問關尹曰(자열자문관윤왈) : 열자가 관윤에게 물었다.

至人潛行不窒(지인잠행부질) : “지인은 물 속에 들어가도 숨막히지 않고,

蹈火不熱(도화불열) : 불을 밟아도 뜨겁지 않으며,

行乎萬物之上而不慄(행호만물지상이불률) : 만물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請問何以至於此(청문하이지어차) : 어떻게 하여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關尹曰(관윤왈) : 관윤이 말했다.

是純氣之守也(시순기지수야) : “그것은 정순한 기운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非知巧果敢之列(비지교과감지열) : 지혜와 기교나 과단성과 용기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居予語汝(거여어여) : 자리에 앉아라 내가 너에게 일러 주리라

凡有貌象聲色者(범유모상성색자) : 모든 모습과 모양과 소리와 색채를 지니고 있는 것은

皆物也(개물야) : 모두 물건이다.

物與物何以相遠(물여물하이상원) : 물건과 물건이 어찌 서로 사이가 멀겠는가?

夫奚足以至乎先(부해족이지호선) : 어찌 그중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是形色而已(시형색이이) : 그것들은 형태와 빛깔에 의해 차이가 결정될 뿐이다.

則物之造乎不形(칙물지조호불형) : 물건의 형체가 이루어지기 전의 원초적인 경지에 이르고,

而止乎無所化(이지호무소화) :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경지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夫得是而窮之者(부득시이궁지자) : 이런 경지를 체득하여 추구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物焉得而止焉(물언득이지언) : 다른 물건이 어떻게 그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겠는가?

彼將處乎不淫之度(피장처호불음지도) : 그런 지극한 사람은 자기 분수에 지나치지 않는 경지에 처신하고, 

而藏乎無端之紀(이장호무단지기) : 무한히 변화하는 법도에 몸을 맡기고,

遊乎萬物之所終始(유호만물지소종시) : 만물이 시작되고 끝나는 변화 속에 노닌다.

壹其性(일기성) : 그의 본성을 순박하게 하나되게 하고,

養其氣(양기기) : 그의 정기를 기르고,

合其德(합기덕) : 그의 덕을 자연에 합치시켜

以通乎物之所造(이통호물지소조) : 만물이 이룩되는 조화에 통달하는 것이다.

夫若是者(부약시자) : 이런 사람은

其天守全(기천수전) : 천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 완전하며,

其神無卻(기신무각) : 그의 정신에는 틈이 없는 것이니,

物奚自入焉(물해자입언) : 물건이 어디로부터 그에게 개입하겠는가?

夫醉者之墜車(부취자지추거) :  술에 취한 사람은 수레에서 떨어져도

雖疾不死(수질불사) : 다치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骨節與人同(골절여인동) : 몸의 골절은 다른 사람과 같지만

而犯害與人異(이범해여인이) : 그를 손상시키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其神全也(기신전야) : 술 취한 사람은 정신이 완전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乘亦不知也(승역불지야) : 그는 수레에 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墜亦不知也(추역불지야) : 떨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死生驚懼不入乎其胸中(사생경구불입호기흉중) : 죽음과 삶, 놀람과 두려움이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지 않으므로

是故遻物而不慴(시고오물이불습) : 어떤 물건에 부딪친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彼得全於酒而猶若是(피득전어주이유약시) : 그는 술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것이다.

而況得全於天乎(이황득전어천호) : 그러니 하물며 자연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은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聖人藏於天(성인장어천) : 성인은 자연에 몸을 담고 있으므로

故莫之能傷也(고막지능상야) : 아무 것도 그를 손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復讐者不折鏌干(복수자부절막간) :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도 원수의 칼까지 꺽지는 않으며,

雖有忮心者(수유기심자) : 비록 성을 잘 내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不怨飄瓦(불원표와) : 바람에 날려온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是以天下平均(시이천하평균) : 물건처럼 무심한 경지에 이르면 온 천하가 태평하게 되는 것이다.

故無攻戰之亂(고무공전지란) : 그러므로 남을 공격하여 싸우는 혼란이 없어지고,

無殺戮之刑者(무살륙지형자) : 사람을 죽이는 형벌이 없어지려면

由此道也(유차도야) : 이 길을 따라야만 되는 것이다.

不開人之天(불개인지천) : 인위적인 자연을 개발시키지 않고,

而開天之天(이개천지천) : 자연스러운 자연을 개발시키라  

開天者德生(개천자덕생) : 자연스러움을 개발하는 사람에게는 덕이 생겨날 것이고,

開人者賊生(개인자적생) : 인위적인 것을 개발시키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생겨날 것이다.

不厭其天(불염기천) : 자연스러움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不忽於人(불홀어인) : 인위적인 것을 삼갈 줄 알아야만 한다.

民幾乎以其眞(민기호이기진) : 그러면 백성들은 거의 그의 천진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3.

仲尼適楚(중니적초) : 공자가 초나라로 가는 길에

出於林中(출어림중) : 숲 속을 지나다가

見痀僂者承蜩(견구루자승조) : 꼽추가 매미를 잡는 것을 보았는데,

猶掇之也(유철지야) : 마치 매미를 줍듯 하고 있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물었다.

子巧乎(자교호) : “당신의 재주는 참으로 교묘하군요.

有道邪(유도사) : 무슨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我有道也(왈아유도야) : 꼽추가 대답하기를, “제게도 도가 있습니다.

五六月累丸二而不墜(오육월루환이이불추) : 오뉴월 사이에 매미채 위에 알을 두 개 포개어 놓고서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則失者錙銖(칙실자치수) : 실패하는 일이 극히 적게 됩니다.

累三而不墜(루삼이불추) : 알을 세 개 포개어 놓고서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則失者十一(칙실자십일) : 실패하는 일은 열에 한번 정도 있게 됩니다.

累五而不墜(루오이불추) : 알을 다섯 개 포개어 놓고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猶掇之也(유철지야) : 마치 매미를 줍듯이 잡게 됩니다.

吾處身也(오처신야) : 지금 나의 몸가짐은

若厥株拘(약궐주구) : 마치 베어낸 나무 등걸 같고,

吾執臂也(오집비야) : 나의 팔놀림은

若槁木之枝(약고목지지) : 마치 마른 나뭇가지 같이 됩니다.

雖天地之大(수천지지대) : 비록 하늘과 땅이 크고 

萬物之多(만물지다) : 만물은 많다고 하지만

而唯蜩翼之知(이유조익지지) : 오직 매미 날개만을 알게 됩니다.

吾不反不側(오불반불측) : 나는 몸과 마음이 젖혀지지도 않고, 기울어지지도 않으며,

不以萬物易蜩之翼(불이만물역조지익) : 어떤 일에도 매미 날개에 대한 집념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何爲而不得(하위이불득) : 그러니 어찌 잡히지 않겠습니까?”

孔子顧謂弟子曰(공자고위제자왈) : 안연이 공자를 보고 이르기를

用志不分(용지불분) : “의지가 헛갈리지 않고 통일되면

乃疑於神(내의어신) : 귀신에 가깝게 되는 법이라 했는데,

其痀僂丈人之謂乎(기구루장인지위호) : 그것은 저 꼽추 영감을 두고 한 말 같구나.”


4.

顔淵問仲尼曰(안연문중니왈) : 안연이 공자에게 묻기를

吾嘗濟乎觴深之淵(오상제호상심지연) : 제가 전에 상심의 못을 건넌 적이 있었는데,

津人操舟若神(진인조주약신) : 사공의 배 다루는 솜씨가 귀신과 같을 보고

吾問焉(오문언) : 내가 그것에 대해 물었다

曰操舟可學邪(왈조주가학사) : “제가 배 젓는 솜씨를 배울 수 있겠는가.?”

曰可(왈가) : 이르기를,“배울 수 있습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 “헤엄을 잘치는 사람은 쉽사리 배울 수 있고,

若乃夫沒人(약내부몰인) : “만일  잠수를 잘하는 사람은

則未嘗見舟而便操之也(칙미상견주이편조지야) : 배를 본 적도 없어도 곧 저을 수 있을 겁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吾問焉而不吾告(오문언이불오고) : 제가 그 까닭을 물었으나 제게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敢問何謂也(감문하위야) :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 쉽사리 배울 수 있다는 것은

忘水也(망수야) : 물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若乃夫沒人之未嘗見舟(약내부몰인지미상견주) : 잠수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배를 본 적도 없어도

而便操之也(이편조지야) : 곧 저을 수 있다는 것은

彼視淵若陵(피시연약릉) : 그는 심연을 언덕과 같이 보고,

視舟之覆猶其車却也(시주지복유기거각야) : 배가 뒤집히는 것을 마치 수레가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기 때문이다.

覆却萬方陳乎前(복각만방진호전) : 뒤집히고 뒤로 물러나는 것과 같은 온갖 사태가 눈앞에 일어난다 해도

而不得入其舍(이부득입기사) : 그의 마음에는 전혀 개입되지 않는 것이다.

惡往而不暇(악왕이불가) : 이쯤 되면 어디를 간들 여유가 있지 않겠느냐?

以瓦注者巧(이와주자교) : 질그릇을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잘 쏠 수 있지만,

以鉤注者憚(이구주자탄) : 띠고리를 내기로 걸고 쏘면 마음이 걸리게 되고,

以黃金注者殙(이황금주자혼) : 황금을 내기로 걸고 쏘면 눈이 가물가물하게 된다.

其巧一也(기교일야) : 그의 기술은 항상 같지만

而有所矜(이유소긍) : 아껴야 할 물건이 있게 되면

則重外也(칙중외야) : 밖의 물건이 소중하게 여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凡外重者內拙(범외중자내졸) : 누구나 밖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게 되면 자기 속마음은 졸렬해지는 것이다.”


5.

田開之見周威公(전개지견주위공) : 전개지가 주나라 위공을 만났을 때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吾聞祝腎學生(오문축신학생) : 내가 듣건대 축신은 양생을 배웠다 합니다.

吾子與祝腎游(오자여축신유) : “선생께서는 축신에게 배웠으니

亦何聞焉(역하문언) : 무슨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田開之曰(전개지왈) : 전개지가 말했다.

開之操拔篲以侍門庭(개지조발수이시문정) : “저는 빗자루를 들고 뜰 앞에서 시중을 들었을 뿐인데

亦何聞於夫子(역하문어부자) : 선생님께 무엇을 들었겠습니까?”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田子無讓(전자무양) : 전개지가 말하기를,“너무 겸손하십니다.

寡人願聞之(과인원문지) : 과인이 듣기를 원합니다.”

開之曰(개지왈) : 전개지가 이르기를,

聞之夫子曰(문지부자왈) : “듣건데, 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善養生者(선양생자) :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若牧羊然(약목양연) : 양을 치는 것이나 같은 것이어서,

視其後者而鞭之(시기후자이편지) : 그 중 뒤쳐지는 놈을 발견하여 채찍질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何謂也(하위야) : “무슨 뜻입니까?”

田開之曰(전개지왈) : 전개지가 이르기를,

魯有單豹者(로유단표자) : “노나라에 단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巖居而水飮(암거이수음) : 바위 굴 속에 살면서 골짜기 물을 마시며 지냈습니다.

不與民共利(불여민공리) :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고,

行年七十而猶有嬰兒之色(행년칠십이유유영아지색) : 나이가 칠십이 되었어도 어린아이 같은 얼굴빛이었습니다.

不幸遇餓虎(불행우아호) : 그러나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餓虎殺而食之(아호살이식지) : 잡아먹혀 버렸습니다.

有張毅者(유장의자) : 또 장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高門縣薄(고문현박) : 부잣집이고 가난한 집이고

無不走也(무불주야) : 가라지 않고 돌아다니며

行年四十而有內熱之病以死(행년사십이유내열지병이사) : 사귀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사십 세에 열병에 걸려 죽어버렸습니다.

豹養其內而虎食其外(표양기내이호식기외) : 단표는 그의 속마음을 길렀으나 그의 밖을 호랑이가 잡아 먹어버렸습니다.

毅養其外而病攻其內(의양기외이병공기내) : 장의는 그의 외부의 교제는 잘 하였으나 그의 안에서 병이 그를 공격했습니다.

此二子者(차이자자) : 이 두 사람은

皆不鞭其後者也(개불편기후자야) : 모두가 그 중 뒤쳐지는 놈에게 채찍질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도 말하기를

無入而藏(무입이장) : “안으로 들어가 내부만을 기르면서 숨지 말고,


無出而陽柴立其中央(무출이양시립기중앙) : 밖으로 나와 외부만을 기르며 드러내지도 말고, 마른 나무처럼 중앙에 우뚝 서 있어야 한다.

三者若得(삼자약득) : 내부와 외부와 중앙의 조화가 잘 터득되면

其名必極(기명필극) : 그는 지극한 사람으로서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夫畏塗者(부외도자) : 험난한 길이 있어

十殺一人(십살일인) :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則父子兄弟相戒也(칙부자형제상계야) : 지나다 죽는다면 곧 그 부자와 형제들은 서로 경계를 할 것이며,

必盛卒徒而後敢出焉(필성졸도이후감출언) : 반드시 많은 하인들을 보호자로 데리고서야 그 길을 나설 것입니다.

不亦知乎(불역지호) : 이것이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人之所取畏者(인지소취외자) : 그러나 가장 두려워해야 할 곳은

袵席之上(임석지상) : 방의 이불 속이나

飮食之間(음식지간) : 먹고 마시고 하는 일상 생활입니다.

而不知爲之戒者(이부지위지계자) : 그러니 그것들을 경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過也(과야) : 잘못된 것입니다.”


6.

祝宗人玄端以臨牢筴(축종인현단이임뢰협) : 제사를 관장하는 관리가 예복을 차려 입고 돼지우리로 가서는

說彘曰(설체왈) : 돼지에게 말했다.

汝奚惡死(여해악사) : “너는 어째서 죽음을 싫어하느냐?

吾將三月?汝十日(오장삼월?여십일) : 내가 석 달 동안을 잘먹여 길러서 열흘 동안을  열 몸을 깨끗이 하고,

戒三日齊(계삼일제) : 사흘동안 금기를 지켜,

藉白茅(자백모) : 흰 띠풀을 깔고

加汝肩尻乎彫俎之上(가여견고호조조지상) : 요리한 다음 너의 어깨와 엉덩이 고기를 장식된 제기 위에 모셔 놓으려 한다.

則汝爲之乎(칙여위지호) : 그러면 너도 좋지 않겠느냐?”

爲彘謀曰(왈위체모) : 돼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不如食以糠糟(불여식이강조) : “겨나 지게미를 먹으면서 살더라도

而錯之牢筴之中(이착지뢰협지중) : 돼지우리 속에 그냥 있는 것이 좋다.”

自爲謀(자위모) :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생각할 때에는

則苟生有軒冕之尊(칙구생유헌면지존) : 살아서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고,

死得於豚楯之上(사득어돈순지상) : 죽어서는 상여 위 아름다운 관속에 놓이게 된다면

聚僂之中則爲之(취루지중칙위지) : 발 속에 송장이 쌓이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爲彘謀則去之(위체모칙거지) :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그의 편안한 삶을 부정하면서도

自爲謀則取之(자위모칙취지) :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편안한 삶을 취하고 있으니,

所異彘者何也(소이체자하야) : 돼지만을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7.

桓公田於澤(환공전어택) : 제나라 환공이 택지로 사냥을 나갔는데,

管仲御(관중어) : 관중이 수레를 몰고 있었다.

見鬼焉(견귀언) : 그 때 환공이 귀신을 보고서

公撫管仲之手曰(공무관중지수왈) : 관중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仲父何見(중부하견) : “중부께서도 무엇을 보셨습니까?”

對曰(대왈) : 관중이 대답했다.

臣無所見(신무소견) :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公反(공반) : 환공은 돌아와서

誒詒爲病(희이위병) : 헛소리를 하며 실성한 병에 걸려

數日不出(수일불출) : 여러 달 출입을 못했다.

齊士有皇子告敖者曰(제사유황자고오자왈) : 제나라 선비 중에 황자고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환공을 찾아보고 말했다.

公則自傷(공칙자상) : “임금님께서는 스스로 앓도록 만드신 것입니다.

鬼惡能傷公(귀악능상공) : 귀신이 어찌 임금님을 앓도록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夫忿滀之氣(부분축지기) : 마음 속에 엉긴 기운이

散而不反(산이불반) : 흩어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으면

則爲不足(칙위부족) : 정신상태가 불안전하게 됩니다.

上而不下(상이불하) : 기운이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으면

則使人善怒(칙사인선로) : 사람을 쉽사리 성내게 만듭니다.

下而不上(하이불상) :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오지 않으면

則使人善忘(칙사인선망) : 사람으로 하여금 잘 잊도록 만듭니다.

不上不下(불상불하) :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오지도 않아서

中身當心(중신당심) : 몸 속에 담겨 심장에 가득 차면

則爲病(칙위병) : 곧 병이 됩니다.”

桓公曰(환공왈) : 환공이 말했다.

然則有鬼乎(연칙유귀호) : “그건 그렇다 치고 귀신은 있는 것입니까?”

曰有(왈유) :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沈有履(침유리) : “있습니다. 진흙탕에는 이라는 귀신이 있고,

灶有髻(조유계) : 부엌 아궁이에는 계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戶內之煩壤(호내지번양) : 집안의 쓰레기더미에는

雷霆處之(뇌정처지) : 뇌정이라는 귀신이 생기게 되고,

東北方之下者(동북방지하자) : 집의 동북쪽 모퉁이에는

倍阿鮭龍躍之(배아해룡약지) : 배아해룡이라는 귀신이 뛰어다니고,

西北方之下者(서북방지하자) : 서북쪽 모퉁이에는

則泆陽處之(칙일양처지) : 일양이라는 귀신이 있기 마련입니다.

水有罔象(수유망상) : 물에는 망상이라는 귀신이 있고,


丘有졸(구유졸) : 언덕에는 졸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山有夔(산유기) : 산에는 기라는 귀신이 있고,

野有彷徨(야유방황) : 들에는 방황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澤有委蛇(택유위사) : 못에는 위사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물었다.

請問(청문) : 청하여 묻사오니

委蛇之狀何如(위사지상하여) : “위사라는 귀신은 모양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皇子曰(황자왈) :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委蛇(위사) : “위사는

其大如轂(기대여곡) : 그 굵기가 수레바퀴 통 만하고,

其長如轅(기장여원) : 길이는 수레 멍에 만하며,

紫衣而朱冠(자의이주관) : 자주색 옷에 붉은 관을 쓰고 있습니다.

其爲物也(기위물야) : 그 놈의 성질은

惡聞雷車之聲(악문뢰거지성) : 수레 달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며,

則捧其首而立(칙봉기수이립) : 사람을 보면 그의 목을 빼어들고 섭니다.

見之者殆乎覇(견지자태호패) : 그 놈을 본 사람은 거의 모두 패자가 된다고 합니다.”

桓公辴然而笑曰(환공진연이소왈) : 환공은 기뻐서 웃으며 말했다.

此寡人之所見者也(차과인지소견자야) : “그 것이 바로 내가 본 놈입니다.”

於是正衣冠與之坐(어시정의관여지좌) : 그리고는 옷과 관을 바르게 하고 그와 함께 앉아 얘기를 하였는데,

不終日而不知病之去也(불종일이부지병지거야) : 하루도 넘기기 전에 어느덧 병이 나아버렸다


8.

紀渻子爲王養鬪鷄(기성자위왕양투계) : 기성자가 임금을 위해서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十日而問(십일이문) : 임금이 열흘만에

鷄可鬪已乎(계가투이호) : 닭을 싸움시킬 수 있겠는가 묻자

曰未也(왈미야) : 그가 대답하기를, “안됩니다.

方虛憍而恃氣(방허교이시기) : 아직 쓸데없이 거만하여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十日又問曰(십일우문왈) : 열흘만에 다시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를,

未也(미야) : “안됩니다.

猶應嚮景(유응향경) : 아직도 상대방에 대해 울림이나 그림자처럼 호응합니다.”

十日又問曰(십일우문왈) : 열흘을 더 지나 다시 물으니,

未也(미야) : “안됩니다.

猶疾視而盛氣(유질시이성기) : 아직도 상대방을 노려보며 기운이 성합니다.”

十日又問(십일우문) : 열흘이 더 지나 물으니

曰幾矣(왈기의) : 그가 대답하기를, “거의 다되었습니다.

鷄雖有鳴者(계수유명자) : 비록 상대방 닭이 운다 해도

已無變矣(이무변의) : 이미 아무런 태도의 변화가 없게 되었습니다.

望之似木鷄矣(망지사목계의) : 그를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과 같습니다.

其德全矣(기덕전의) : 그의 덕은 완전해졌습니다.

異鷄無敢應(이계무감응) :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見者反走矣(견자반주의) : 보기만 해도 되돌아 달아날 것입니다.


9.

孔子觀於呂梁(공자관어려량) : 공자가 여양에 구경을 갔다.

縣水三十仞(현수삼십인) : 거기에는 삼십 길 높이의 폭포가 있었는데,

流沫四十里(류말사십리) : 물거품이 삼십 리나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어

黿鼉魚鱉之所不能游也(원타어별지소불능유야) :  큰 자라나 악어나 물고기나 자라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다.

見一丈夫游之(견일장부유지) : 그런데, 한 남자가 거기에서 헤엄치는 것을 보고는,

以爲有苦而欲死也(이위유고이욕사야) : 걱정이 있어 죽으려는 사람인 줄로 생각하고는

使弟子竝流而拯之(사제자병유이증지) : 제자들을 시켜 흐름을 따라 내려가 그를 구해주도록 했다.

數百步而出(수백보이출) : 그러나 그는 수백 보를 헤엄치고 나와서는

被髮行歌而游於塘下(피발행가이유어당하) : 머리를 흩트린 채 노래를 부르며 언덕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孔子從而問焉(공자종이문언) : 공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曰吾以子爲鬼(왈오이자위귀) : “나는 선생을 귀신인 줄 알았는데

察子則人也(찰자칙인야) :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이 분명하군요.

請問(청문) : 청하여 묻습니다

蹈水有道乎(도수유도호) : “물 속을 헤엄치는 데도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亡(왈망) : 남자가 말하기를, “없습니다

吾無道(오무도) : 내게는 도가 없습니다.

吾始乎故(오시호고) : 나는 습성으로 헤엄을 시작했는데

長乎性(장호성) : 습성이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성격이 천명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與齊俱入(여제구입) : 나는 소용돌이와 함께 들어가서

與汨偕出(여골해출) : 솟아오르는 물길과 함께 물위로 나옵니다.

從水之道而不爲私焉(종수지도이불위사언) : 물길을 따를 뿐이지 사사로운 힘을 쓰지 않습니다.

此吾所以蹈之也(차오소이도지야) : 이것이 내가 여기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까닭입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何謂始乎故(하위시호고) : “무엇을 두고 습성으로 시작하여

長乎性(장호성) :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 천명으로 이룩된다고 하는 것입니까?”

曰吾生於陵而安於陵(왈오생어릉이안어릉) : 남자가 말하기를, “우리가 육지에서 나서 육지에서 편히 지내고 있는 것이

故也(고야) : 습성이고

長於水而安於水(장어수이안어수) : 물 속에서 자라나서 물에서 편안히 지내게 되는 것이

性也(성야) : 성격입니다.

不知吾所以然而然(부지오소이연이연) : 내가 그렇게 되는 까닭은 알지 못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이

命也(명야) : 천명입니다.”


10.

梓慶削木爲鐻(재경삭목위거) : 재경이라는 명공이 나무를 깎아서 북틀을 만들었다.

鐻成(거성) : 북틀이 만들어지자

見者驚猶鬼神(견자경유귀신) : 그것을 본 사람들이 귀신의 솜씨 같다고 모두 놀랐다.

魯侯見而問焉(노후견이문언) : 노나라 제후가 그것을 보고 재경에게 물어

曰子何術以爲焉(왈자하술이위언) : 이르기를,“그대는 무슨 도술로 이것을 만들었는가?”

對曰(대왈) : 재경이 대답했다.

臣工人(신공인) : “목수인 제게

何術之有(하술지유) : 무슨 도술이 있겠습니까?

雖然(수연) : 그렇지만

有一焉(유일언) : 한가지 원리는 있습니다.

臣將爲鐻(신장위거) : 저는 북틀을 만들려 할 때는

未嘗敢以耗氣也(미상감이모기야) : 감히 기운을 소모하는 일이 없이

必齊以靜心(필제이정심) : 반드시 재계를 함으로써 마음을 고요히 만듭니다.

齊三日(제삼일) : 사흘동안 재계를 하면

而不敢懷慶賞爵祿(이불감회경상작록) : 감히 이익과 상이나 벼슬과 녹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五日(제오일) : 닷새동안 재계를 하면

不敢懷非譽巧拙(불감회비예교졸) : 감히 비난과 칭찬이나 교묘함과 졸렬함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七日(제칠일) : 이레동안 재계를 하면

輒然忘吾有四枝形體也(첩연망오유사지형체야) : 문득 제가 지닌 손발과 육체까지도 잊게 됩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이렇게 되면

無公朝(무공조) : 나라의 조정도 안중에 없고,

其巧專而而滑消(기교전이이활소) : 오로지 안으로 기교를 다하기만 하며, 밖의 혼란 같은 것은 없어져 버립니다.

然後入山林(연후입산림) : 그렇게 된 뒤에야 산림으로 들어가

觀天性(관천성) : 재목의 성질을 살피고,

形軀至矣(형구지의) : 모양도 완전한 것을 찾아냅니다.

然後成見鐻(연후성견거) : 그리고는 완전한 북틀을 마음속에 떠올린

然後加手焉(연후가수언) : 뒤에야 손을 대는 것입니다.

不然則已(불연칙이) :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만둡니다.

則以天合天(칙이천합천) : 곧 저의 천성과 나무의 천성을 합치시키는 것입니다.

器之所以疑神者(기지소이의신자) : 제가 만든 기구가 신기에 가까운 이유는

其由是與(기유시여) :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11.

東野稷以御見莊公(동야직이어견장공) : 동야직이라는 사람이 수레를 모는 기술을 가지고 장공을 만났다.

進退中繩(진퇴중승) : 그의 수레 모는 솜씨는 나가고 물러나는 것이 먹줄에 들어맞을 듯이 곧았고,

左右旋中規(좌우선중규) : 좌우로 도는 것은 그림쇠에 들어맞을 듯이 정원형을 그렸다.

莊公以爲文弗過也(장공이위문불과야) : 장공은 옛날 조부도 이보다 더 낫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使之鉤百而反(사지구백이반) : 그에게 밭이랑 길을 돌아오도록 했다.


顔闔遇之(안합우지) : 안합이 그를 만나고

入見曰(입견왈) : 돌아와 장공을 뵙고 이르기를

稷之馬將敗(직지마장패) : “동야직의 말이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公密而不應(공밀이불응) : 장공은 묵묵히 대답을 않고 있었는데,

少焉(소언) : 과연 조금 후에


果敗而反(과패이반) : 말이 넘어져서 돌아왔다.

公曰(공왈) : 장공이 물었다.

子何以知之(자하이지지) : “당신은 어떻게 말이 넘어질 것을 알았습니까?”

曰其馬力竭矣(왈기마력갈의) : 안합이 대답하기를“그는 말의 힘이 다 했는데도

而猶求焉(이유구언) : 계속 달리게 하려고 했으므로

故曰敗(고왈패) : 넘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12.

工倕旋而蓋規矩(공수선이개규구) : 공수가 손으로 도안을 하면 그림쇠나 굽은 자를 쓴 것과 같이 정확했다.

指與物化而不以心稽(지여물화이불이심계) : 그의 손가락이 물건에 동화되어 있어서 마음으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故其靈壹一而不桎(고기령일일이불질) : 그러므로 그의 정신은 하나로 되어 아무런 거리낌도 받지 않는 것이다.

忘足(망족) : 발을 잊는 것은

屨之適也(구지적야) : 신이 알맞기 때문이다.

忘要(망요) : 허리를 잊는 것은

帶之適也(대지적야) : 허리띠가 알맞기 때문이다.

忘是非(망시비) : 옳고 그른 것을 잊는 것은

心之適也(심지적야) :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不內變(불내변) : 안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고,

不外從(불외종) : 밖으로 물건에 이끌리지 않는 것은

事會之適也(사회지적야) : 사리와 경우에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始乎適而未嘗不適者(시호적이미상불적자) : 알맞음에서 시작하여 알맞지 않은 일이 없게 되면,

忘適之適也(망적지적야) : 알맞음이 알맞은 것조차도 잊게 되는 것이다.

有孫休者(유손휴자) : 손휴라는 사람이

踵門而詫子扁慶子曰(종문이타자편경자왈) : 편경자의 집을 찾아가서 말했다.

休居鄕不見謂不修(휴거향불견위불수) : “저는 고을에 살면서 수양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고,

臨難不見謂不用(림난불견위불용) : 어려움을 당해서도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然而田原不遇歲(연이전원불우세) : 그러나 밭과 들판에서 농사를 지어도 풍년을 만나보지 못하고,

事君不遇世(사군불우세) : 임금을 섬김에도 좋은 때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賓於鄕里(빈어향리) : 향리로부터는 배척을 받고

逐於州部(축어주부) : 고을로부터는 쫓겨나게 된 처지인데

則胡罪乎天哉(칙호죄호천재) : 무슨 죄 때문입니까? 천명일까요?

休惡遇此命也(휴악우차명야) : 저는 어째서 이런 운명을 당해야 됩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子獨不聞夫至人之自行邪(자독불문부지인지자행사) : “당신은 지인의 행동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忘其肝膽(망기간담) : 자신의 간과 쓸개조차도 잊고

遺其耳目(유기이목) : 자기의 눈과 귀조차도 잃어버린 채,

芒然彷徨乎塵垢之外(망연방황호진구지외) : 망연히 티끌과 먼지의 세상 밖에 노닐며

逍遙乎無事之業(소요호무사지업) : 일할 것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입니다.

是謂爲而不恃(시위위이불시) : 이것을 두고서 일을 하면서도 능력을 믿지 않고,

長而不宰(장이불재) : 우두머리가 되면서도 남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今汝飾知以驚愚(금여식지이경우) : 지금 당신은 지식을 꾸며대어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하며,

修身以明汚(수신이명오) : 몸을 닦아 남의 더러움을 밝히면서,

昭昭乎若揭日月而行也(소소호약게일월이행야) : 해와 달처럼 당신을 드러내려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汝得全而形軀(여득전이형구) : 그런 당신이 육체를 온전히 지니고

具而九竅(구이구규) : 이목구비를 다 갖추고서,

無中道夭於聲盲跛蹇而比於人數(무중도요어성맹파건이비어인수) : 중도에 일찍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지 않고,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亦幸矣(역행의) : 다행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又何暇乎天之怨哉(우하가호천지원재) : 그런데 어찌 하늘을 원망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子往矣(자왕의) : 어서 가보시오.”

孫子出(손자출) : 손휴가 나가자

扁子入(편자입) : 편경자는 방으로 들어와

坐有間(좌유간) :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는

仰天而歎(앙천이탄) : 하늘을 보며 탄식을 했다.

弟子問曰(제자문왈) : 그러자 제자가 물었다.

先生何爲歎乎(선생하위탄호) :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십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向者休來(향자휴래) : “조금 전에 손휴가 왔을 때

吾告之以至人之德(오고지이지인지덕) : 나는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해 주었다.

吾恐其驚而遂至於惑也(오공기경이수지어혹야) : 나는 그가 놀라서 마침내는 미혹되게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弟子曰(제자왈) : 제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孫子之所言是邪(손자지소언시사) : 손휴의 주장이 옳고

先生之所言非邪(선생지소언비사) :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틀렸다면,

非固不能惑是(비고불능혹시) : 그른 것이 옳은 것을 미혹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孫子所言非邪(손자소언비사) : 손휴의 주장이 틀렸고

先生所言是邪(선생소언시사) :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면,

彼固惑而來矣(피고혹이래의) : 그는 본시 미혹한 상태로 왔던 것이니

又奚罪焉(우해죄언) : 어찌 선생님의 잘못이 되겠습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昔者有鳥止於魯郊(석자유조지어로교) : 옛날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노나라 교외에 앉았다.

魯君說之(노군설지) :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좋아해서

爲具太牢而饗之(위구태뢰이향지) : 소와 양과 돼지를 잡아 그 새에게 먹이고,

奏九韶以樂之(주구소이락지) :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새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다.

鳥乃始憂悲眩視(조내시우비현시) : 그러나 그 새는 처음부터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눈이 어지러워져서

不敢飮食(불감음식) :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했다.

此之謂以己養養鳥也(차지위이기양양조야) : 이것은 자기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다.

若夫以鳥養養鳥者(약부이조양양조자) : 만약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宜棲之深林(의서지심림) : 깊은 숲 속에 살게 하고,

浮之江湖(부지강호) : 강물과 호수 위에 떠다니게 하고,

食之以委蛇(식지이위사) : 진흙 속의 미꾸라지를 잡아먹게 해야 하는 것이다.

委蛇而處(위사이처) : 그처럼 넓은 땅에 두고서

則安平陸而已矣(칙안평육이이의) : 편안히 지내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今休(금휴) : 지금 손휴는

款啓寡聞之民也(관계과문지민야) : 멍청하고 견문이 적은 사람인데도

吾告以至人之德(오고이지인지덕) : 내가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 해준 것은

譬之若載鼷以車馬(비지약재혜이거마) : 마치 생쥐를 수레나 말에 태워주고

樂鴳以鐘鼓也(락안이종고야) : 작은 메추라기를 아악으로써 즐겁게 해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彼又惡能無驚乎哉(피우악능무경호재) : 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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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황동규

1.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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